[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예년 같지 않은 극장이다. 지난 해 동시기 ‘백두산’ ‘시동’ ‘천문: 하늘에 묻는다’ 등 연말을 맞아 상업영화가 대거 개봉했던 반면 올해는 개봉을 앞둔 신작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좀처럼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 속 신규 확진자가 이틀 연속 600명 대(7일 기준)에 머무르는 가운데 정부는 8일 0시부터 오는 28일까지 3주간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신작의 부재와 코로나19 직격탄 속 2.5단계 격상으로 또 한 번 고비를 맞은 극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 ‘서복’ ‘인생은 아름다워’ 韓영화 불똥..외화 개봉 변동無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12월 개봉을 예정했던 박보검, 공유 주연의 영화 ‘서복’은 개봉을 최종 연기했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7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12월로 예정돼 있던 개봉 일정을 잠정적으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라며 “감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추가 화간 및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깊은 고심 끝에 개봉을 연기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추후 개봉 일정은 다시 안내해 드리겠다. 하루빨리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이 호전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역시 이달 개봉을 예정했지만 개봉 연기를 논의 중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개봉 연기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라고 했다.

디즈니·픽사의 신작 ‘소울은 오는 9일 언론시사회를 열고 개봉 전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일정을 미뤘다. ‘소울’ 측은 “코로나19의 현 상황을 고려해 언론배급시사회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예정대로 영화는 크리스마스인 25일 개봉한다.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원더우먼 1984’도 예정대로 오는 23일 개봉할 전망이다. ‘원더우먼 1984’ 관계자는 “예정대로 12월23일에 개봉한다”라며 “언론배급시사회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소울’과 ‘원더우먼 1984’의 경우 극장 뿐 아니라 동시기 자사 OTT플랫폼인 디즈니플러스, HBO맥스에 영화 공개를 확정한 만큼 개봉 연기는 하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워너브러더스는 지난 3일 내년 자사 영화 17편을 극장과 HBO맥스에서 동시 공개한다고 밝혀 영화계를 들썩이게 했다.

■ 쓸쓸한 극장..재개봉·드라마 선공개 등 이어져

영화계에 코로나19의 그림자가 드리우며 극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7일 충무로영화제에 참석한 민규동 감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동선이 겹친 엄정화, 윤경호 등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줄지어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게 됐다. 점점 확산되는 코로나 여파 속 극장 역시 다시 얼어붙었다.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주말을 찾은 극장 총 일일관객수는 4일부터 6일까지 각각 4만 2530명, 6만8472명, 6만4334명에 불과했다. 이렇다 할 신작도 없는데다 좌석 간 띄어앉기 등이 준수되며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발걸음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극장은 명작 재개봉과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관객 동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러브 액츄얼리’ ‘화양연화’ ‘러브레터’ 등 수작으로 불리는 멜로 영화 재개봉이 이어지는 중이다. CGV는 소녀시대 유리, 현우 주연의 미니드라마 ‘이별유예, 일주일’을 오는 9일 선개봉하기로 했다. 이 드라마는 극장 개봉 후 SBS 케이블 채널과 OTT플랫폼에서 공개된다. CGV는 또 ‘한국 다큐 명작 기획전’을 통해 오는 9일부터 전국 15개 상영관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워낭소리’ 2편을 상영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올해 연말은 극장 개봉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내는 작품이 드물 것”이라며 “코로나 시국 속 영화의 플랫폼이 극장에서 OTT로 급격히 옮겨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극장이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건이다”라고 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연합뉴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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