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키이스트 제공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박하선이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최근 종영한 tvN '산후조리원'에서 조은정으로 분하면서다. 조은정은 우아하고 도도해서 얄밉지만 남모를 고충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 이를 통해 박하선은 그동안 보여준 단정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영화 '설국열차'를 패러디한 여왕 분장부터 풋볼 선수, 무협 액션 연기 등 다양한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박하선은 "망가지는 것에 대한 불안함은 전혀 없었다. 더 망가질 수 있었고 '배우는 흙칠을 할수록 망가질수록 예쁘다'는 말을 신인 때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처럼 망가질수록 예뻐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더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촬영을 하기 싫을 정도로 조은정이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 '산후조리원'이 종영했다.

"인생 캐릭터를 만나 정말 행복한 한 달이었고 조은정을 떠나보내기가 아쉽다. 좋은 평을 많이 받은 작품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 대본, 연출, 배우, 제작진 모두 완벽한 작품이었다. 너무 아쉬워서 시즌 2를 꼭 했으면 한다."

-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산후조리원'을 선택한 이유는 대본의 힘이 가장 크다. 이 작품을 놓치면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재미있는 대본이었다. 그리고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조은정이라는 캐릭터를 본 순간 이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라 생각했나.

"조은정은 우아하고 도도하면서도 웃기고 짠하고 귀엽고 슬프다. 한마디로 여러 가지 매력과 인간적인 모습이 있는 복합적이고 버라이어티한 캐릭터다. 연기하면서도 이 정도로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촬영하는 내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인생 캐릭터를 만난 것 같다."

-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준비한 게 있다면.

"조은정은 대본에 '풀메이크업에 진주 귀걸이를 한'이라는 지문이 있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꾸밀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했는데 조리원 복장 안에서 최대한 캐릭터의 콘셉트를 보여주기 위해 명품 스카프, 개인 소장 헤어밴드, 내가 썼던 아대, 수면 양말, 내복 등을 사비로 구입해 활용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느낌의 캐릭터라서 '나는 여왕벌이다' '나는 최고다'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박하선./키이스트 제공

- 아무래도 출산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공감도 높았을 것 같은데.

"극 초반 현진(엄지원)의 출산 신이 공감이 많이 됐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기대하고 고대하고 상상해도 막상 눈앞에 있는 작은 생명체를 보면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서 표현하기가 어렵다. 진짜 내가 낳은 아이인가 싶어서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막상 양수에 붙어있는 아이를 처음 봤을 때는 예쁘다는 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다. 모든 게 처음이니까. 그래서 실제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는데 대본에도 그게 그대로 잘 녹아있어서 공감이 많이 갔다. 아이는 키우면서 점점 예뻐 보이고 모성애가 생기는 것 같다."

-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인기도 많았던 것 같다.

"보통 출산의 고통만 이야기하고 애를 낳고 난 직후부터 회복할 때나 키울 때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없다. 그게 아무래도 엄마는 어떠한 희생도 감내해야 하는 것처럼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감정들이나 힘듦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금기시된 것 같은데 이 작품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풀어주는 드라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산후세계 이야기나 엄마로서 겪는 여러 감정과 마음 모두가 나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고 서둘러도 괜찮다고 얘기해준다. 정말 좋은 작품이다."

- 패러디 장면이 화제 되기도 했는데.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이 내 코믹연기의 끝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통해서 '설국열차' 여왕 분장에 무협 액션 연기에 정말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했다. 특히 사극은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장르이기도 했는데 꿈을 이뤘다(웃음). 무협도 칼싸움은 안 해봤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재미있었고 쌍권총을 쏘는 장면에서도 희열을 느꼈다. 특히 마지막에 바주카포 쏘는 액션은 내 애드립이다."

- 고생도 많이 했을 것 같다.

"6회 무협 액션 바주카포 장면이 더위와 싸워가며 제일 고생한 장면이다. 감독님이 평소에는 잘 안 웃는 편인데 현장에서 내 표정 연기를 보고 감독님이 너무 웃겨서 컷도 제대로 못 외치더라. 덥고 힘들었지만 모두가 재밌게 봐줘서 좋았다."

박하선./키이스트 제공

- 어느덧 올해도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올해를 돌아본다면.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된 것 같다. 작년에는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막막했는데 올해는 좋은 작품을 만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행복했고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가족들에게도 고맙고 회사에도 감사하다.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었다. 특히 시청자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 당분간은 쉴 예정인가.

"드라마를 끝낸 후라 시간이 많아서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 작품 할 때 운동을 못 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싶고. 그리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가 있는데 아동 학대를 다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고백'과 산후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아이'다. 두 작품 모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만큼 개봉을 기대해줬으면 한다. '청년경찰' 이후로 공백이 길었던 만큼 영화적으로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 벌써 데뷔 16년 차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나.

"16년 차이지만 이제 시작인 것 같고 연기의 재미를 막 찾은 신인배우 같은 마음이다. 계속 쉬지 않고 다양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 대중에게 모든 걸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박하선이 연기하는 건 다 재미있더라'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믿고 보는 배우 다음이 기대되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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