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지난 달 2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콜’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공개일이 열흘 넘게 지났음에도 여전히 넷플릭스의 ‘오늘 한국의 TOP 콘텐츠’ 4위(이하 8일 기준)에 올라있으며 글로벌 차트에서도 8위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스트리밍 서비스 랭킹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집계) 메가폰을 잡은 이충현 감독을 향한 대중의 관심 역시 정비례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이충현 인스타’ ‘이충현 감독’ 등의 자동 검색어가 이를 입증한다. 1990년 생으로 충무로의 ‘젊은 피’인 이충현 감독은 지난 2016년 단편영화 ‘몸 값’으로 유수 영화제를 휩쓴 데 이어 ‘콜’로 성공적인 장편영화 신고식을 치렀다. 영화는 서로 다른 시간에 사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 감독은 “보는 분들에게 익숙한 타임슬립 소재지만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하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콜’을 선보인 소감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는데 아쉬움은 없나.

“(극장 개봉을 하지 못 한) 아쉬움은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넷플릭스로 영화를 선보이게 됐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관객들과 만날 수 있다는 건 영화적으로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큰 설명이나 서사 없이 장르적 쾌감을 좇는다.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볼 때 설명 없이 쾌감을 느끼며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한다. 크게 생각하고 머리를 쓰는 것보다 장르적으로 느껴지는 쾌감과 속도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푸에르코리코와 영국에서 제작한 ‘더 콜러’가 원작이다. 원작과 차별화를 둔 점이 있나.

“원작은 합동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죽여야 본인이 살 수 있는 설정이었다.‘콜’은 이야기가 다시 뒤집어지고 반전이 생기고 이야기 흐름이 바뀌는 점과 거기서 오는 극대화된 공포감이 매력적이라고 봤다.”

-단편 영화로 주목 받은 후 첫 장편영화로 여성 중심의 스릴러를 연출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여성 영화를 하겠다고 의도를 한 것 같지는 않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편영화를 만들었는데 내가 만든 걸 보면 항상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이었다. ‘콜’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원작도 여성 캐릭터라는 점 역시 한몫 했다. 여성 캐릭터를 사용하는 게 아주 자연스러웠다.”

-박신혜와 전종서의 조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캐스팅 후 어떤 그림을 그렸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박신혜와 전종서는 전혀 다른 성질의 사람이다. 실제로 박신혜는 이야기의 중심을 잘 잡아줬다. 현장에서도 리더였다. 전종서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모습이 ‘콜’과 잘 어우러졌다. 영화를 완성한 지도 꽤 오래됐는데 기다림에 대한 감회가 남다른 것 같다.”

-기존 스릴러 속 악역이 남성 캐릭터에 한정됐다면 ‘콜’은 여성이라는 점에서 더 신선하게 다가오다. 영숙(전종서)이 기존 악역과 어떻게 달라 보였으면 했나.

“전작 ‘몸 값’도 그렇고 여성 캐릭터가 하나의 갖춰진 시스템을 흔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설정에 끌림을 느낀다. 전종서를 ‘버닝’에서 처음 봤는데 알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 같은 면이 영숙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각본에 영숙을 애매하게 썼는데 전종서가 방점을 찍은 캐릭터로 만들어준 것 같다. 전종서의 덕을 크게 봤다.”

-서연(박신혜)이 처음 영숙의 신호를 알게 되는 장면으로 벽이 등장한다. 벽을 뚫고 영숙의 흔적을 발견하는데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

“벽은 집의 비밀스러운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콜’은 집에 대한 영화인데 비밀스러운 공간에 뭔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곳에서 퇴마를 받기도 하고. 이야기의 흐름이라고 치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하나의 공간을 벽으로 설정했다.”

-반사회적 인물인 영숙이 서태지의 팬인 점은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영숙에게 서태지는 하나의 상징이다. 서태지 음악이 갖고 있는 저항성, 새로움, 기성사회에 대한 반항이 영숙의 이미지와 잘 어우러졌다고 생각했다. 1990년대라는 시대적인 상황도 영숙과 잘 맞았다.”

-영숙의 ‘신엄마’(이엘)와 영숙의 친구 선희의 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숨겨진 이야기가 있나.

“애매모호하게 그려졌다고 생각하긴 한다. 선희는 서연과 동일한 역할과 처지에 처한 인물이다. 서연의 미래에 대한 복선이라고 생각한다. 영숙과 친한 친구였다가 갈라졌고, 그것이 다시 한 번 서연과 반복이 되는 거다. 선희에게도 화상이 있는데 서연에게도 화상이 생긴다. 영숙이 반복적으로 했던 패턴인거다.”

-과거를 바꾸며 현재가 바뀌는 과정을 구현하기 위해 CG작업을 많이 했다.

“실질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CG가 과할 경우 영화와 어울리지 않고 감정과 흐름에 맞아야 한다고 봤다. 밸런스를 조절하기 위해 고민했다. 서연의 입장에서 감정을 따라가야 할 텐데 어떻게 공간이 바뀌어야 할지 생각했다. 관객들에게 체험감을 주고 싶었고 서연에게 몰입이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영화계에 드문 젊은 감독인데 자신의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 감독들 중 롤모델이 있나.

“내 강점은 아직 알아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도 뭔가를 말씀드리자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고 하는 편이다. 나에 대한 의심도 끊임없이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내가 막 영화 공부를 할 때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로 불리던 때였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최동훈 감독님 작품을 많이 봤다.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