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조제’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하반신을 못 쓰는 여주인공 조제의 사랑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린 원작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한국판 ‘조제’는 원작의 틀을 가져와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으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남녀의 감정과 사랑, 이별을 현실적으로 그린 원작과 달리 한국판은 밋밋한 전개로 아쉬움을 자아낸다.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조제’는 하반신 마비의 주인공 조제(한지민)가 길에 쓰러진 모습을 본 영석(남주혁)이 그를 집에 데려다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리가 불편한 조제는 고물을 모아 파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곧 쓰러질 듯 낡은 집에서 할머니와 둘이 사는 조제에게 영석은 연민을 느낀다. 이후에도 두 사람을 계속 도와주던 영석은 점점 조제를 신경 쓰게 된다.

조제는 자신만의 언어로 오직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이다. 그런 조제에게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영석은 천천히 다가간다. 조제는 영석에게 점점 의지하는 한편 처음 느껴보는 사랑에 두려움을 느낀다.

영화 '조제' 리뷰.

‘조제’는 원작과는 많이 다르다. 우선 캐릭터를 보면 한국의 조제는 우울하고 처져 있다. 원작 속 조제(이케와키 지즈루)는 독특하면서도 당찬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다. 남자 주인공인 쓰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그런 조제의 매력에 이끌린다. 한국판 남자 주인공인 영석은 대학교 교수와도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후배에게도 인기가 많다. ‘조제’는 인기 많은 영석이 왜 조제에게 끌림을 느끼게 되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두 주인공의 관계 발전 뿐 아니라 이별에도 이렇다 할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원작은 쓰네오의 변심이 이별 이유였고, 사랑과 이별에 고통스러워하는 두 남녀의 감정이 매우 세밀하게 그려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조제’는 이들의 감정 역시 흐리멍덩하게 그릴 뿐 아니라 정확한 이별 이유 역시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두 남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인만큼 맺고 끊음이 명확하지 못한 전개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한국판 ‘조제’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청춘의 불안과 냉정한 고용시장 등의 설정으로 관객의 공감을 꾀하려 하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하다. 물론 영석으로 인해 세상 밖으로 나온 조제의 성장은 아름답게 그려지며 헐거운 전개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만회한다.

그나마 감성적인 연출이 이 영화의 볼거리다.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으로 감각적인 영상을 연출해 인정받은 김종관 감독은 ‘조제’에서도 장기를 발휘한다. 헌 책방,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유원지 등 아날로그 감성으로 화면을 채운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후 재회한 한지민과 남주혁의 호흡 역시 어색하지 않다. 러닝타임 117분. 1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워너브러더스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