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엄지원이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최근 종영한 tvN '산후조리원'에서 오현진으로 분하면서다. 오현진은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이지만 조리원에서는 최고령 산모가 된 늦깎이 워킹맘. 그간 아름답고 신성한 것으로만 치부됐던 임신과 출산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인 만큼 엄지원 역시 체중을 4kg 증량하는 등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이에 대해 엄지원은 "체중 증량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는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놀랐다. 산모 같아 보이기 위해 어느 정도 살을 찌우는 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이 리얼하다고 해주니 만족스럽다"라며 "증량했던 체중은 다행히 영화 촬영 등 여러 스케줄을 소화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빠졌다"라고 말했다.

- '산후조리원'을 끝낸 소감이 어떤가.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동시대에 사는 평범한 한 여자의 성장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내가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만으로도 기쁜데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해주고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애정이 많은 작품이었던 만큼 아쉬운 마음도 크다."

- 맘 카페 회원들부터 남성들까지 공감하는 드라마로 화제가 됐는데.

"바로 내 옆에 그리고 내 삶 속에 있는 이야기지만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이야기다. 그래서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대부분 '저거 내 이야기인데?'라는 생각 때문에 좋아해 줬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쁘다."

- 어떤 매력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대본이 너무 재미있어서 바로 출연을 결심했다. 조리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 한정된 사람들이 드라마틱한 감정들을 겪어내는 게 마음에 들었는데 출산을 통해 한순간에 최연소 상무에서 최고령 산모로 사회적 위치가 확 바뀌는 설정도 좋았다. 특히 1부 저승사자 신을 보고 아이를 낳다가 생사의 경계에 놓이지만 불굴의 의지로 돌아오는 모습이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거 같아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 전작과 비교하면 완벽한 연기 변신인데.

"연기 변신이라기보다 작품 속 역할에 맞게 연기하려고 했다. '방법'은 차갑고 지적인 프레임 안에서 절제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약간의 답답함이 있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의 현진은 드라마틱한 감정들 속에서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들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지점이 재미있다.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배우로서 항상 연기를 조금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현진이는 그런 부분도 가능해서 더 좋았다."

-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집, 회사, 조리원에서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화상(패러디)신 같은 경우 드라마틱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공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느낀 감정을 느낀 그대로 시청자들이 느끼게끔 표현하고 싶었다."

- 현진에게 공감을 많이 했나.

"현진이가 곧 '나'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 싱크로율이 가장 높았다고 생각한다.(웃음) 그만큼 공감이 많이 갔고 내 안에 있는 현진 같은 모습들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일과 육아를 두고 갈등하는 현진은 진짜 나와 비슷했다."

- 실제로는 출산 경험이 없는데.

"대본에 '현진이 불편해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인다'라는 지문이 있었다. 지문 그대로 연기할 수 있었지만 경험을 해 본 지인들에게 어디가 불편하고 어디가 아픈 건지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출산신 같은 경우 적나라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다큐멘터리를 참고하기도 했다." 

- 간접적으로 출산을 경험하면서 어떤 엄마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했나.

"내가 만약 엄마가 된다면 워킹맘 현진과 비슷할 것 같다. 극 중 장혜진 선배의 '좋은 엄마가 완벽한 게 아니다. 이기적인 것도 아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는 대사처럼 결국 내가 행복해야 아이에게도 행복한 에너지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일과 육아 모두 포기하지 않는 엄마가 될 것 같다."

- 지금까지 주로 커리어 우먼을 연기했지만 이번 작품은 새로운 연기 변신이 돋보였다.

"무엇보다 '산후조리원은' 기존의 코미디가 아닌 스릴러, 느와르 등 다양한 장르적 재미가 있는 복합 코미디라 좋았다. 시의성 있는 작품으로도 코미디를 풀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했고. 처음에는 그냥 시작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을) 해냈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그래서 이 작품은 내게 있어 또 다른 기회가 생긴 의미 있는 작품이다."

- 여성 중심의 서사가 있는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 '산후조리원'에서 그 가능성을 다시 보여줬다.

"일종의 사명감이 있다.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극을 끌어나가는 이야기들이 생긴 게 몇 년 안 됐다. 그래서 여러 작품 중에서도 조금은 다르거나 주체적인 걸 하려고 노력한다. 늘 새롭고 재미있는 장르에 대한 갈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방향이 맞는 작품을 계속하고 싶다."

- 어느덧 데뷔한 지 20년이 됐다. 계속 연기할 수 있는 원동력이 뭔가.

"첫 번째는 재미있어서고 두 번째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항상 스스로 잘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늘 최선을 다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아직 못 얻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다."

- 최근 코로나19로 일상이 많이 단절됐다. 힘든 점은 없나.

"특히 촬영 현장이 많이 달라졌다. 출입 명부를 작성하고 체온 측정을 하고 최소 인원의 스태프들만 촬영에 참여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고통이기에 하루빨리 상황이 좋아졌으면 한다."

사진=씨제스 제공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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