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김정은이 '나의 위험한 아내'를 통해 안방극장 복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MBN '나의 위험한 아내'는 사랑해서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결혼이라는 생활을 유지만 하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 부부 잔혹극. 극 중 김정은은 불륜에 빠진 남편 김윤철(최원영)의 관심을 되돌리려 복수하는 심재경으로 분해 치밀한 복수로 매회 시청자에게 통쾌감을 선사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김정은은 "방영 중 댓글을 많이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빌런, 지존 재경, 사이다 같은 단어들을 종종 봤다.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이라 나에게는 엄청난 쾌감이 있었다. 지금까지 난 해피 바이러스나 만인의 연인 같은 수식어가 있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하고 이상한 단어들이다. 바이러스라니.(웃음)"이라고 말했다.

-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였는데.

"지난 3월 24일에 홍콩에서 서울로 도착해서 2주 자가 격리 후 제작진을 만났다. 그 후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5월 중순부터 촬영을 시작하고 여름을 지나 초겨울까지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심재경이라는 인물로 살아서 아직 끝나고 난 후의 허무함이나 외로움, 배우로서 느끼는 우울감이 있다. 물론 안 그런 척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 걱정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복귀작이라서 걱정도 많았지만 다행히 감독님, 작가님, 같이 했던 배우들, 편집실까지 다양하게 도움을 많이 줘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나중엔 내가 언제 쉬었나 할 정도로 신나서 연기했다. 코로나19와 장마 같은 여러 가지 악조건을 견디며 촬영을 해서 그런지 앞만 보고 달렸는데 그 시간을 잘 견뎌준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고맙다."

- 드라마 소재가 다소 자극적이었다. 출연하기까지 고민은 없었나.

"심재경이 모든 사건을 주도면밀하게 해결한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느꼈다. 이런 여성 캐릭터를 만나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 겉으로는 매우 평범하고 약해 보이는 현모양처이지만 반전이 있다는 게 큰 쾌감을 줬다. 현실에서 우리 아내들이 가정에서 남편과 아이를 위해 정말 많이 희생하며 살지만 그 희생을 그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지는 못하니까. '남편들 평범한 주부를 얕보지 마라' 같은 부분들이 마음에 들었다."

김정은./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중점을 둔 건 무엇인가.

"심재경은 재력도 있고 남편 내조를 잘하는 데다가 복수도 완벽하게 해내는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그래서 현실의 인물로 안착시키는 것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그래서 처음 외도를 목격하는 과정에서 평범했던 주부가 흑화되는 상황들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 가장 마음에 든 장면은 무엇인가.

"4부 엔딩에 독이 든 와인을 두고 윤철과 계단에서 싸우다가 굴러 이마에 피를 흘리며 협박하는 신과 8부에서 채림(이효비) 납치 연극 신들이 통쾌했다. 그리고 후반에 최원영과 함께했던 코믹한 신들도 재미있었는데 서로 요리를 하면서 독을 몰래 넣고 서로를 견제했던 마지막 만찬 신도 기억에 남는다. 심재경이라는 인물 자체가 코믹한 부분이 없고 그럴 여유나 욕심도 없었지만 아직 내 몸에 코미디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건지 최원영 씨가 애드립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때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결말은 만족하나.

"우리 드라마는 일종의 판타지이기 때문에 경쾌하고 재미있으면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부터 남자들을 응징하는 재경의 화려한 복수극이지만 그 과정에서 남편의 외도와 불륜을 미화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은 복수를 위한 설정일 뿐 부부간에 용서를 다루고 있지도 않다. 다만 마지막에 재경이가 놓은 160억이라는 덫에 걸리기도 하지만 결국 '뛰는 남편 위에 나는 아내가 있다'라는 우리 드라마의 미덕을 경쾌하게 잘 끝냈다고 생각한다."

-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나도 어느덧 결혼 5년 차라 결혼생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기 때문에 공감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수많은 인간관계 중 가장 은밀하고 가까우면서도 가장 어렵고 깨지기 쉽다. 그래서 그만큼 지키고 견뎌내기 힘들기 때문에 지켜냈을 때의 더 큰 값어치가 있는 것 같다. 요즘같이 쉽게 이혼하는 시대에 결혼이라는 약속을 서로 지켜가려고 노력하는 미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김정은./뿌리깊은나무들,매니지먼트 레드우즈

-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가족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는데 방영 후에는 어땠나.

"처음에 보고 나서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열혈 시청자로서 매우 응원하고 지지하고 환호해줬다. 나중에는 왜 넷플릭스에 안 팔았냐고 하더라. 그래서 미국이나 중국 등에 팔렸다고 했더니 해외 친구들에게도 알려주고 홍보를 많이 해줬다. 특히 남편은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모니터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던 몇몇 장면들은 너무 무서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11월에 서울에 도착해서 자가 격리 후에 지금은 같이 지내고 있는데 가끔 내가 재경이 같아 보여서 무섭다고 이야기할 때도 있다. 내가 웃을 때 무섭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

-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나.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보통 어려운 신을 찍을 때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런 부분은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 실제로 내가 느끼고 감당해야 할 가장 힘든 부분은 늘 연기 외의 것들이다. 촬영 현장도 작은 사회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상황과 인간관계가 있고 난 그걸 지켜내고 이끌어가는 입장인 한 사람인데 아직도 그 관계들이 가장 힘들고 어렵다. 인내해야 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존재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게 싫어서 차라리 놀러 다니자고 생각한 적도 있다. 물론 대본을 읽게 되면 또 내 안에 무언가 꿈틀거리며 그런 생각들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웃음)."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다면.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출연할 수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 게 없다면 남편을 따라 홍콩에 갈 것 같다. 연락 주실 분들은 미리 연락 주셨으면 한다. 격리 때문에 14일이 필요하니까."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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