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소위 말하는 ‘1번’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남다른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tvN 종영극 ‘스타트업’에서 한지평 역으로 분한 김선호는 ‘서브병’을 유발하며 드라마의 최고 수혜자가 됐다. 극 중 서달미(배수지)와 남도산(남주혁)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지만 뒤늦게 서달미를 향한 자신의 진심을 깨닫고 후회하는 캐릭터로 다양한 감정 연기를 변주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2009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8년 동안 연극무대에만 올랐던 김선호는 2017년 KBS2 드라마 ‘김과장’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KBS2 예능 프로그램 ‘1박2일’로 숨겨져 있던 예능감을 발산한 김선호는 ‘스타트업’으로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드라마의 출연 계기와 종영 소감은.

“박혜련 작가님의 오랜 팬이었다. ‘너의 목소리다 들려’ ‘피노키오’ ‘닥터스’ ‘호텔델루나’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스타트업’의 대본을 보니 글이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길다면 길고 짧은 시간 동안 이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끝이라니 참 아쉽다. 저한테는 굉장히 아쉽게 느껴지고, 지평이를 못 만난다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한지평'이라는 인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한지평과 실제 모습은 어느 정도 닮았나.

“한지평이라는 인물을 연기했으니 50% 정도 아닐까 싶다. 지평이처럼 남들한테 차가운 말도 잘 못하고, 실제로는 좋은 집? 좋은 차도 없지만, 그래도 나라는 사람이 연기했으니 절반 정도는 모습이 묻어나지 않았을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가장 매력적이라고 느낀 캐릭터는.

“원덕(김해숙)이다.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고, 이 시대의 샌드박스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이렇게 마음씨가 좋으시고, 넉넉한 어른인지.. 캐릭터가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다.”

-이 드라마를 하면서 한지평을 좋아하는 팬이 많이 생겼다. 캐릭터의 매력이 이 정도일거라고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내가 참 과분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주인공인 달미와 도산이, 수지와 남주혁이 극을 잘 이끌어줬기 때문에 나 또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그리고 주연 배우들이 워낙 인기가 워낙 많은 친구들이라, 그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한지평은 남도산이 떠나고 3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서달미에게 사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만약 한지평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직진 모드로 밀고 나갔을 것 같은가.

“지평이처럼은 못할 것 같다. 한 번쯤 불현듯 고백했을 것 같다. 제대로 고백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서로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포기할 것 같다. 3년 동안 짝사랑한 지평이도 대단하다. 3년 동안 상대방을 바라보는 건 보통 일이 아닌 것 같다.”

-극 중 라이벌 관계인 남주혁과 실제 호흡은 어땠나.

“남주혁은 정말 좋은 배우고 동생이다. 함께 하는 내내 많이 배웠고 매순간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날만큼 즐거웠다. 연기할 때 늘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센스들이 빛을 발하고, 덕분에 나도 함께 연기하는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스타트업’은 창업을 앞둔, 혹은 젊은 청춘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을 것 같은데.

“그렇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저 역시 지나간 추억을 되돌아보며, 저 스스로를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갖지 못했지만 지금은 갖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걷고 있는 이 길의 방향성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이번 드라마로 들은 평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너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셔서 많은 말들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들은 10부 '국수 고백신'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지평이의 고백이) 담백해서 차라리 좋았다"라는 댓글들이 있었다. 달미에게 고백할 때, 너무 무겁지 않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하는 지평이의 모습이 좋았다는 말씀이었다. 해당 장면을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지평이라면 달미에게 담백하고 덤덤하게 자신의 마음을 툭 이야기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지점이 시청자분들께도 전달이 되었구나 싶어 너무 좋았다. 사실 너무 신나서 내적으로 소리를 지를 정도였다.(웃음) 그리고 ‘스타트업’ 마지막 회 방송 때 팬 분들께서 제 SNS에 댓글로 '선호야, 너 지금 잘하고 있어'라는 댓글을 엄청 많이 달아주셨다. 마지막 회 방송이 끝나고 그 많은 댓글들을 하나씩 살펴보는데, 정말 울컥하고 감동했다.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었는데,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주신다는 게 느껴져서 많은 힘을 얻었다.”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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