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로고.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근 1년에 가까운 시간이다. 지독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되며 오프라인 극장은 위축된 지 오래다. 일일 평균 관객수 2만 명대를 기록하며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를 맞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호전되기를 기다렸던 영화업계 역시 상황이 점차 악화되자 하나 둘씩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있다. 신작 없이 썰렁한 극장가와 달리 넷플릭스는 새로운 콘텐츠가 넘쳐나는 추세다.

■ 극장 매출 전년 대비 73.3% 감소

CJ CGV.

연말을 맞아 호전되기를 바랐던 극장은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회복세를 맞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가결산’ 발표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극장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조 2294억 원 감소한 498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년 동월 대비 가장 큰 감소율인 4월의 93.4%를 2019년 12월 극장 매출액에 적용한 2020년 12월 매출액 추정치는 123억 원이다. 이 값을 더한 020년 극장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1조 4037억 원) 감소한 5103억 원으로 추정된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한국영화사업이 위기를 맞자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으로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행을 택한 제작비 240억 원 규모의 SF대작 ‘승리호’와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 지난 달 27일 공개된 ‘콜’ 등이 제작비 이상의 금액을 제안 받고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1월 1일 공개되는 차인표, 조달환 주연의 ‘차인표’ 역시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제작비에 약 10~20%를 추가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흥행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승리호’ 투자사 메리크리스마스 유정훈 대표는 “‘승리호’는 동일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리즈 영화 및 스핀오프 영상 콘텐츠는 물론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의 IP확장을 전제로 제작된 영화다”라며 “현재 전 세계에서 대규모 유행인 코로나 19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콘텐츠 유통에 대한 기존 환경 및 디지털 사이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후속적인 슈퍼 IP 확장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시장의 높은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반조성을 위해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 하에 국내 관객은 물론 전세계 관객들에게 가장 성공적으로 ‘승리호’를 선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넷플릭스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는 소수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서비스된다. 유료 가입자만 약 1억9500명이며 올해 55.22%가량 주가가 상승했다. 3분기에 늘은 220만 명의 가입자 중 절반은 한국과 아시아·태평양인 것으로 드러났다. K-콘텐츠 제작을 위해 현재까지 약 7700억 원(미화 7억 달러)을 투자했다. 넷플릭스 측은 “투자는 물론, 기술 교류 및 인재 육성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며 한국 창작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제작자 1순위는 넷플릭스?..OTT 종식 우려

영화 '승리호' 스틸.

한국 영화 생태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제작자들의 ‘1순위’는 넷플릭스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영화 한 편을 만들 때마다 공급 유통망이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가 1순위인 상황이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넷플릭스 내부적으로도 이미 다 만들어진 영화들을 사들이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영화 제작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실시한 코로나19로 인한 영화 제작·개봉피해 2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135편 작품의 총 피해 규모는 329억 56만 원에 달했다. 작품당 평균 피해 금액은 2억4747만 원이다. 제작(프리, 프로덕션, 포스트) 연기/변경으로 인한 피해액이 113억 427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개봉 준비 연기로 인한 피해액이 97억1430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억’ 소리 나는 피해액을 감당하느니 넷플릭스를 택하는 게 현명하다는 제작사의 판단이 이어지는 이유다.

그러나 많은 제작자들은 추가 수익을 받지 못하는 넷플릭스의 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잇다. 한 편의 콘텐츠가 스트리밍이 많이 된다해도 흥행 수익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계약시 영화의 IP 자체를 소유한다. 스트리밍 횟수나 시청자 수 공개하지 않는 방식이다. 초기 계약금 내 추가 수익이 전무하다.

그러나 극장 개봉 시 영화 매출과 관객수가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모두 공개된다. 소위 말하는 ‘대박’ 흥행작이 됐을 시 추가 수익 역시 어마어마하다. IP를 확장시킬 예정인 ‘승리호’를 제외하고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넷플릭스의 독식을 반대하고 있는 목소리가 나온다. OTT 시장이 한국 콘텐츠를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진다. 토종 OTT 서비스인 웨이브는 자체 콘텐츠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600억 원을 투자해 연말까지 최소 10편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2023년까지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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