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육각, 4단계에 걸친 육가공 구조 개선...5일 내 도축한 돼지고기 선봬
무게만큼 계산하는 신선페이 도입...수익 효율화
육가공 식품을 넘어 우유, 계란, 밀키트 등 영역 확대
정육각 홈페이지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고기는 신선할수록 맛있다. 이커머스 ‘정육각’이 갖는 사업 철학이다. 이들은 고기 유통구조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해 21세기 정육점을 탄생시켰다.

지난 2016년 돼지고기 판매로 시작한 정육각은 현재 연매출 약 200억원을 올리는 온라인 육가공 판매업체다. 맛있는 돼지고기를 찾아다니던 정육각 김재연 대표는 어느 날 도매업자를 통해 갓 도축한 돼지고기를 접했고,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고기는 소비자에게 닿기까지 약 4단계를 거친다. 도축→육가공→세절 및 포장→판매에 이른다. 여기에 도매업자와 소매업자가 섞이다 보니 돼지고기가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데 7일에서 최대 45일까지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정육각은 이 기간을 ‘5일’로 단축한 게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일반적인 육가공 거래에서 제조업자는 주문이 들어오면 공장의 캐파와 효율성 등을 고려해 제품을 생산하고, 물류효율화가 되는 시점에 물건을 전달한다. 유통업자는 판매량을 고려해 업체가 생산 가능한 수량만큼 발주를 넣고 물건을 판다. 제조와 유통이 따로 놀다 보니 주문이 예상치보다 적거나 많을 때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판매량 예측과 물류효율화를 동시에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 속에서, 유통업자는 미리 대량으로 주문한 물건을 쌓아놓고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고기는 자연스레 신선함이 떨어진다.

정육각 홈페이지

정육각은 스스로 제조한 제품을 자사 이커머스에서만 판매하는 폐쇄적 형태로 서비스를 수직 계열화했다. 제조와 유통이 분리되어 있던 시스템을 하나로 처리하는 IT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수요예측을 정밀화해 최적화된 가공유통 구조를 이뤄냈다.

정육각 김재현 대표는 “수요 예측이 안 맞으면 폐기가 생기고, 부족분이 발생하면 매출 효율이 떨어진다. 정육각은 여러 데이터를 종합한 자체 모델링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모델링을 활용해 고객이 주문하기 전까지는 아예 생산을 하지 않는 On-demand 방식을 채택해 신선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정육각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는 5일 이내 도축, 닭고기는 당일 도계된 닭만 판매한다. 숙성에 따라 맛이 증가하는 소고기는 부위에 따라 저장을 달리한다. 한우 안심 구이용은 3도에서 35일, 사태 요리용은 3도에서 23일, 한우 분쇄육은 3도에서 15일 등의 숙성 기간을 거쳐 최상의 맛을 끌어낸다. 철저한 온도 통제와 부위별 최적기간 관리를 통해 육질을 극대화하고 이를 주문마다 균일하게 보장한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배송 역시 초신선(당일배송), 새벽배송, 우체국배송 총 3가지로 나눠 신선함을 유지한다.

최근엔 수익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선페이를 도입하기도 했다. 정육각의 신선페이는 주문 시 결제를 바로 진행하는 것이 아닌, 업체가 생산을 완료하고 해당 상품의 정확한 무게에 따른 금액이 확정되면 결제한다. 무게만큼 돈을 받는 원리다.

정육각 홈페이지

고기나 과일 등 신선식품은 기본적으로 정량 생산이 어렵다. 이 때 업체가 상품을 고정가격으로 제공하면 100g당 단가가 달라지는 문제가 생긴다. 축산물은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 원재료비만 판가의 70% 수준에 이르러 원재료 금액에서 생산오차가 생기면 수익성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정육각은 비공산 신선식품에 발생할 수 있는 '확정되지 않은 변수'를 사후에 부과하게 만들어 수익률 보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를 활용하면 수산물은 크기나 등급, 과일은 당도 등 변동성을 반영해 가격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덩달아 소비자들은 받은 만큼만 결제해 ‘정직함’을 느낀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정육각은 돼지고기부터 소고기, 닭고기 등 육류를 넘어 달걀이나 우유, 최근엔 밀키트 사업에까지 손을 뻗었다. 이들은 중소기업벤처부에서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혁신기업 국가대표’로 선정됐다. 최근엔 시리즈B 130억원의 투자도 유치했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자체 모델링 프로그램 고도화를 위한 인력채용과 취급군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그동안은 수요예측과 배송 등을 통해 문 앞까지 과정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의 입안까지 가는 방법을 더욱더 고민할 것. 밀키드 등이 그 예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브랜드 차원에서도 혁신적인 부분을 보여주고자 내부적으로 다양하게 실험하고 있다. 단순히 밀키트 라인업 확대보다는 더 큰 단위의 사업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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