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치료목적 승인 이어 조건부 허가도 기대
국내 코로나19 치료제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신약’ 방식과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양분된 업계가 잇단 성과를 발표하며 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국산 코로나19 치료제의 신약 개발에는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와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가 대표적이다.

췌장염, 역류 식도염 치료제 등의 '용도변경'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종근당, 대웅제약 등도 국내외 임상을 확대하며 개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혈장·항체 치료제 잇단 치료목적 승인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CT-P59)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치료목적 사용승인’ 절차에 따라 지난 11일 승인 받아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식약처는 다른 치료 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환자 등의 치료를 위해 허가되지 않은 임상시험용 의약품도 활용할 수 있는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를 운용 중이다. 병원에서 해당 의약품을 특정 환자의 치료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신청하면 된다.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신청한 병원과 특정 환자에게만 쓸 수 있으며, 임상시험이나 조건부 허가 절차와는 별개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5일 CT-P59의 글로벌 2상 임상시험 환자 327명을 모집해 투약을 완료했다. 임상 2상 중간 결과 확인 후, 조건부 허가도 신청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17일 식약처로부터 CT-P59의 임상 2·3상 시험을 승인받고, 국내 주요 의료기관을 비롯해 미국, 루마니아,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해왔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연내 식약처에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조건부 승인을 신청하겠다"며 "내년 봄 한국을 코로나19 청정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건부 승인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 승인과 비슷한 개념으로 승인을 받으면 약물 상용화와 대량생산이 가능해진다.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 생산시설에서 10만 명분의 초기물량을 확보해둔 상태다.

코로나19 치료제의 치료목적 승인은 셀트리온이 처음이 아니다.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은 총 22건으로 늘었다. 국내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중 최다 건수다.

지난 15일 칠곡경북대병원은 GC녹십자가 개발 중인 혈장치료제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았다. 앞서 GC녹십자의 혈장치료제는 지난 10월 3건을 시작으로, 11월 7건, 12월 들어서만 12건으로 매달 증가 추세다.

GC녹십자는 의료현장에서의 혈장치료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총 240리터 규모의 혈장치료제 3차 생산을 완료했다. 이는 모두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일 예정이다.

아울러 혈장치료제 임상 2상 시험은 지난 14일 기준 12개 의료기관에서 진행 중이며, 41명의 환자가 등록됐다.

혈장치료제에 필요한 혈장 모집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개인 및 단체 혈장 채혈 등을 포함해 혈장 공여 등록자는 총 6502명이다. 이 중 4096명의 혈장 모집을 완료했다.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 혈장 분획 공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GC녹십자 제공

 

'약물재창출' 코로나 치료제 개발 주목

셀트리온과 GC녹십자를 제외한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대부분은 다른 적응증(치료범위)을 대상으로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약물이다.

약물재창출은 기존 신약개발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신속하게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종근당은 급성췌장염 치료제 및 혈액항응고제로 쓰이는 '나파모스타트' 성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종근당은 지난 14일 호주 식약처로부터 호주의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글로벌 임상시험 프로젝트인 ASCOT(Australasian COVID-19 Trial) 임상에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이 참여하는 내용의 임상 3상 계획을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 승인으로 종근당은 호주, 뉴질랜드, 인도의 코로나19 환자 약 2440명을 대상으로 나파벨탄의 코로나 치료제로의 개발을 위한 대규모 임상을 진행한다.

종근당은 글로벌 임상이 완료되면 국내에서는 내년 1월 조건부 허가에 대한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만성췌장염 및 역류성 식도염 치료에 처방되는 '카모스타트'의 약물 재창출을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호이스타정(성분명 카모스타트 메실레이트)의 국내 경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오프라벨(원래 허가받은 치료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의약품을 사용하는 것) 처방 결과를 공개한다.

연구진은 8월~9월 사이 코로나19로 입원해 호이스타정을 투여한 환자 7명과 칼레트라정(성분명 로피나비르, 리토나비르)을 투여한 환자 22명을 비교해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분석했다. 칼레트라정은 에이즈(HIV) 치료제로, 코로나19 경증 환자 치료제로 활발하게 사용된다.

대웅제약 측에 따르면 각각의 약물 투여 후 CRP(C-반응성 단백질) 수치를 비교한 결과 호이스타정 복용군은 칼레트라정 복용군 대비 CRP 수치가 정상 범위로 조절됐다. 염증의 정도가 심할수록 CRP 수치가 높다. 또 호이스타정 투여 후 환자 발열 증상도 억제됐다.

대웅제약 측은 현재 진행중인 임상2상 결과를 연내 확보해 내년 1월부터는 환자들에게 코로나19 치료제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동화약품은 천식 치료제로 개발 중인 DW2008S를 코로나19 치료제로 연구 중이다. DW2008S는 충북대학교에서 수행한 족제비(Ferret) 대상 동물효능시험 결과 항바이러스 효능이 확인됐다.

식약처는 최근 동화약품의 DW2008S의 임상 2상을 허가했다. 동화약품은 코로나19 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DW2008S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DW2008S는 천식 치료제로 개발 중에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됐다.

이밖에 부광약품은 B형간염 치료제 '레보비르'(성분명 클레부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내 복제 및 세포 내 진입 자체를 차단한다. 한때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와 유사한 기전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제넥신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의 면역 T세포 수치가 낮아지는 것에 착안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X-I7'(성분명 에피넵타킨 알파)이 코로나19 경증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숨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약물 재창출은 이미 동물실험이나 임상 1상까지는 진행된 프로젝트를 이어 하기에 개발 속도와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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