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손흥민, 17일 리버풀전 동점골 폭발
전천후 선수로 계속 업그레이드
손흥민이 17일 리버풀과 경기에서 동점골을 폭발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심재희 기자] 지난 시즌까지 손흥민(28·토트넘 홋스퍼)을 두고 축구팬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란이 있다. 바로 '월드클래스'(월클)에 대한 부분이다. 손흥민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맹활약하면서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호평이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우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비교되면서 '월클이다'와 '월클은 아니다'는 의견이 분분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씨는 "월클이 아니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올 시즌 들어 '손흥민 월클 논쟁'은 다소 잠잠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흥민이 실력과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EPL에서만 11골을 터뜨리며 톱스타로 떠올랐고,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을 등에 업고 상위권에 랭크됐다. 당연히 유럽 현지 언론들은 손흥민을 토트넘의 중심 선수로 분류한다. 이전까지 자신을 따라다니던 '기복이 좀 있는 선수다'는 혹평을 비웃으며 매경기 준수한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이타적인 모습으로 해리 케인과 최고의 콤비를 이루며 박수갈채가 더 뜨겁게 쏟아진다.
 
17일(이하 한국 시각) 리버풀과 EPL 1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은 진정한 월드클래스로 진화 중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단순히 동점골을 터뜨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의 흐름을 단숨에 바꾸는 '체인저'로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약점으로 평가 받던 부분들을 지워내며 '월클' 수준을 확실히 보였다.
 
전반 33분 동점골 장면은 흔히 말하는 '손흥민이 손흥민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멋진 작품이다. 손흥민은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간 토트넘을 구하기 위해 전매특허 능력을 발휘했다. 절묘한 공간 침투로 리버풀 수비 뒤 공간을 완벽하게 뚫었고, 침착한 마무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지오바니 로 셀소가 패스를 건네는 타이밍을 완벽하게 포착하며 리버풀 최종 수비라인과 일자를 유지하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놀라운 스피드로 전진하며 단독 찬스를 잡았다. 마무리는 평소와 달랐다. 손흥민 존에서 특유의 감아 차기를 선택하지 않고, 골키퍼 오른쪽을 파고드는 오른발 인프런트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사실 이날 토트넘은 전반전 중반까지 리버풀에 끌려갔다. 슈팅을 단 한 차례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 위기 상황에서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단 한 번의 역습 기회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며 환하게 웃었다. 더욱 놀라운 건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는 점이다. 엄청나게 빠른 역습 과정을 물 흐르 듯 한 흐름에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엄청난 훈련과 노력, 그리고 스피드와 결정력이 어우리진 골이다.
 
후반전 들어서도 손흥민은 승부처에서 빛났다. 이번에는 도우미로서 구실을 했다. 압권은 1-1로 맞선후반 17분 백 헤더로 스티븐 베르바인에게 골키퍼와 1 대 1로 맞서는 단독 찬스를 열어준 순간이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공중볼 경합을 이겨내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베르바인의 슈팅이 골대를 때리며 아쉬움을 남겼으나, 손흥민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손흥민은 곧바로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케인의 헤더 슈팅에 징검다리를 놓는 등 데드볼 스페셜리스트 몫도 담당했다.

손흥민(왼쪽) 올 시즌 케인과 '찰떡 콤비'를 이루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약점을 커버해 나가고 있는 손흥민은 점점 더 치명적인 선수로 성장 중이다. 알고도 막기 힘든 스피드로 상대 수비 뒤 공간을 수시로 파고들고, 프리킥 코너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킥 능력을 뽐내며, 위치를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중볼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으며, 양 발을 고루 잘 쓰고, 기회가 오면 결코 놓치지 않는다. 다재다능하면서도 정확하고 파괴력이 넘친다. 올 시즌 EPL에서 기록한 23개 슈팅 가운데 14번이 골대 안으로 향했다. 그 중 11차례가 골로 연결됐다.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미친' 골 결정력이다.
 
'토털패키지 공격수'로 떠오른 손흥민에게 월드클래스 논쟁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어제와 또 다른 내일을 그리는 발전하는 선수라는 점에서 손흥민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전성기에 접어든 '노력파' 손흥민이 앞으로 그려나갈 활약상에 더 큰 기대가 모아진다.
 
한편, 토트넘은 17일 리버풀과 경기에서 1-2로 졌다. 후반전 막판 코너킥 위기에서 호베르투 피루미누에게 헤더 결승골을 얻어맞고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이날 지면서 리버풀에 리그 선두를 내줬다. 결과론적이지만 토트넘 조제 무리뉴 감독의 선택이 패착이 됐다. 무리뉴 감독은 후반전 42분 손흥민을 빼고 델레 알리를 투입했다. 그리고 3분 뒤 결승골을 내줬다. 토트넘으로서는 안 필드 원정에서 승점 1을 따내도 성공적이었겠지만, 막판 총공세에 나선 리버풀을 상대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며 패배를 떠안았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역습 능력을 갖춘 손흥민이 그라운드에 있었다면, 리버풀도 어느 정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 교체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스포츠산업부장

심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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