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ITC "대웅 21개월 수입금지"…양쪽 모두 막대한 소송비용·시간 등 출혈
메디톡스 글로벌센터. /메디톡스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길고 긴 보툴리눔 균주 분쟁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온 가운데, 양쪽 다 상처만 남긴 싸움이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6년부터 메디톡신과 대웅제약의 소모전이 계속되는 사이 국내 보톡스 업계는 치열한 경쟁이 계속 되고 있으며, 두 회사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쓴 상황이다.

미국 ITC 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간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한다"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다만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예비판결에서 10년이었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수입금지 기간은 21개월로 대폭 단축됐다. 메디톡스 입장에서 개운한 승리라고 하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ITC 위원회의 최종 판결이 나옴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대웅 VS 메디톡스 서로 승리 주장

메디톡스는 미국 내 정책적 상황을 고려하는 대통령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이번 최종 판결로 대웅제약의 ‘유죄’가 확정난 것으로 봤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당사 균주와 제조기술을 대웅이 도용했음이 명명백백한 진실로 밝혀졌다”며 “대웅은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오랜 기간 허위주장을 한 것에 대한 도의적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웅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하더라도 방대한 증거들을 통해 유죄로 결정된 혐의가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ITC에서 대웅의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한국 법원과 검찰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 측은 ITC에 제출된 자료들이 한국 민사재판부에 이미 제출돼 있어 한국 민사 및 형사 소송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또 “중기부에서 대웅제약을 상대로 기술탈취 조사를 진행 중에 있다”며 “규제 당국에서의 관련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웅제약은 ITC로부터 전달받은 최종결정에 대해 사실상 승소로 판단했다.

대웅제약 측은 “균주는 더 이상 시비거리가 될 수 없음을 환영한다”며 “ITC의 21개월 금지명령에 대해서는 즉각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 및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를 통해 최종 승리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ITC의 최종결정 및 조치는 대통령의 거부권이 통지된 날에 효력을 상실한다. 실례로 2013년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인해 해당 최종결정의 효력이 상실된 바 있다.

대웅제약은 ITC의 최종결정과 관련해 “수많은 미국 현지의 전문가, 학자 및 의사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ITC 위원회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엘러간의 독점 시장 보호를 위한 자국산업보호주의에 기반한 결과”라며 “이는 미국의 공익과 소비자와 의료진의 선택권,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저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행정부와 항소법원이 이러한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생각하며, 대웅제약은 영업비밀 침해 없이 나보타를 자체 개발했음이 명백하므로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서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은 “오히려 메디톡스는 제조기술에 대해 특허 등록에 실패해 자진 취소하고 실생산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 허가 취소까지 당했으나, 나보타는 불순물을 극소화한 원액 제조공법 및 감압건조 완제제조 공법을 자체 개발해 적용해 특허 획득 및 미국 FDA 허가까지 완료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미국 ITC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 7월 20일 대웅제약은 행정법판사의 예비결정에 대해 위원회에 이의 제기를 통한 심사 신청을 했다.

ITC는 지난 7월 예비판결에서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보고, 나보타를 10년간 수입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대웅제약은 예비결정의 중대한 오류를 반박했으며, 위원회는 9월20일에 예비결정의 사안들에 대한 심사 신청을 받아들여 재심사에 착수했다.

 

대웅제약 전경. /대웅제약 제공

 

계속된 소모전에 양쪽 출혈…ITC 최종 판결 끝이 아닌 듯

계속된 소송으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모두 막대한 비용과 시간 등이 소모됐다.

올해 소요된 소송비용만 대웅제약은 1분기 130억원, 2분기 98억원, 3분기 40억원, 4분기 2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메디톡스는 1분기 84억 원, 2분기 64억 원, 3분기 50억 원 수준의 소송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메디톡스는 낮아진 시장 점유율,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메디톡신 품목허가 취소 행정처분 등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지난 2016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휴젤이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 1위로 올라온 상태다.

메디톡신이 품목허가 취소 위기에 처한 것도 메디톡스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메디톡신은 200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허가받은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지난해 기준 메디톡스 전체 매출의 93.1%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중국에 수출하는 등 약사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해당 제품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취소 처분 자체는 집행정지돼 있다.

대웅제약의 경우 ITC가 나보타에 대해 21개월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명령한 만큼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나보타는 지난해 2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입하며 주목받았으나 이번 ITC 최종 판결로 일시적이나마 판매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ITC 위원회는 최종판결문에서 ‘대웅 나보타의 21개월 수입 금지와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가 보유한 나보타 재고 중 어떤 것도 미국에서 21개월간 판매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한 ‘미국 대통령의 심사 기간 동안 나보타를 수입하거나 판매하려면 1바이알당 441달러의 공탁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대웅제약은 ITC 최종판결에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지만,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다만 대웅제약 측은 이번 ITC 판결로 인해 나보타의 미국 판매가 일시적으로 중지되더라도 연간 매출에서의 나보타 미국 매출 비중은 현재 2% 미만이기에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봤다.

대웅제약은 측은 “연매출이 1조원에 달하고 사업 및 재무구조가 탄탄하여 많은 어려움에도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라며 “처방약과 비처방약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제품과 코로나 치료제를 포함한 방대한 연구∙개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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