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경영평가 제도·6대 선언 및 9대 실천과제 임단협 안건 상정 대립
IBK기업은행 노사 간 대립이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IBK기업은행 노사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임금단체협상(임단협)으로 시작된 노사 간 대립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5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노조는 윤종원 은행장이 조직파괴, 노동무시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단은 윤 행장이 교섭권을 위임해 임단협을 진행 중인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이 지난달 30일 임원을 상대로 보낸 서신이었다. 경영지원그룹 부행장은 노조가 법과 상식에 벗어난 예의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윤 행장이 지난 3일 임단협에 참여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양측은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다. 결국 다음날 기업은행 노조가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에 상정 안건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정 신청을 내면서 양측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았다.

양측이 대립하는 이유는 경영평가와 6대 선언 및 9대 실천과제의 임단협 안건 상정 여부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지난 9월 목표치는 너무 높고 불합리한 내용의 경영평가 제도를 새로 도입하면서 일선 영업점에서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며 “영업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영업점들은 꺾기(끼워팔기), 강매(강제판매) 등을 이어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 합의로 사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매월 협의하는 기구를 만들었지만 사측은 경영과 관련된 내용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했다. 또 “노조추천이사제를 준비하기 위해 4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준비할 계획이지만, 진전이 안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난 9월 기업은행은 10년 만에 새로운 경영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개인고객기반 배점 부분이 대폭 상향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청약·적금 등 각 지표별로 목표치를 제시했던 과거와 달리 영업점별로 목표 점수를 제시하고 상품별 포인트가 제시되는 포인트 제도가 시행됐다. 

앞서 지난 1월 기업은행 노조는 관 출신인 윤 행장에 대해 함량 미달의 낙하산 인사라며 26일 동안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이후 노사는 6대 선언 및 9대 실천과제를 발표했고 윤 행장은 2월 취임했다. 

당시 6대 선언 및 9대 실천과제에는 노조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이사회 사외이사로 참여시키는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추진을 비롯해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임금체계 개편 시 노사 협의 등이 담겼다.   

반면 기업은행은 하반기 경영평가가 이미 시작된 시점에서 경영평가 제도를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을 근거로 경영과 인사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경영평가 제도에 문제점이 드러났고 6대 선언 및 9대 실천과제 이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어 임단협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기업은행은 6대 선언 및 9대 실천과제는 별도 협의체를 통해 의논하자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오는 18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또 1인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17일 발표되는 중노위 쟁의조정 1차 결과와 21일에 있을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업까지 단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편 기업은행 노사는 꾸준히 대립해왔다. 지난 3월 기업은행 노조는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을 이유로 윤 행장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이후 기업은행은 올해 내부 경영평가 방식을 개정해 실적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고 기업은행 노조는 고소를 취하했다.  

IBK기업은행 사옥./연합뉴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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