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위트홈’이 1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한국형 크리쳐물의 새로운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시선을 끌었다. 인간의 욕망을 괴물을 통해 표현한 이 작품은 기괴하고 섬뜩한 비주얼이 단연 압권이다. 좀비와는 또 다른 크리쳐인 괴물을 통해 실험적인 도전을 택한 ‘스위트홈’이 웹툰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 기괴·끔찍..新비주얼에 깔린 인간의 욕망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 그린다. 동명 웹툰 원작은 누적 조회수 12억 뷰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앞서 지난 16일 국내 취재진에게 선공개된 ‘스위트홈’ 1화는 가족을 잃은 현수의 새 아파트에 기괴한 일이 펼쳐지는 과정이 담겼다. 학교에서 왕따인 현수는 새로운 아파트의 경비원과 마주친다. 경비원의 과한 친절이 현수는 불편하기만 하다. 경비원을 찾은 혜인(김희정)은 선심을 쓰듯이 생선 한 박스를 건넨다. “나 강남 살았던 거 알죠? 영광굴비 아니면 못 먹어서 이거 드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다”며 생색을 낸 혜정의 박스를 열어본 경비원은 코를 막는다. 파리가 꼬일 정도로 썩은 생선이었던 것. 그 순간 경비원의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는데 이는 곧 괴물의 숙주가 된 것을 암시한다.

아파트의 분위기가 뭔가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된 현수와 지수(박규영), 상욱(이진욱), 은혁(이도현), 이경(이시영) 등은 끔찍한 광경과 마주친다. 사람의 행태를 한듯하지만 끔찍한 괴물로 변한 정체모를 물체가 아파트를 잠식한 것이다. 그 순간 현수는 코피를 흘리게 된다.

‘스위트홈’은 고립된 공간 속 인간이 괴물이 되어가는 상황을 비극적이고 잔인하게 그린다. 장장 1년 6개월 동안에 걸쳐 완성된 괴물 크리쳐는 가히 시선을 압도한다. 기존의 좀비물과 달리 인간의 몸에서 싹튼 괴물의 형상이라는 점 역시 신선하다. 괴물들과 사투 역시 긴장감 넘치게 전개되는데 이 과정에서 휴머니즘 역시 녹아있다.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도깨비’ 등으로 감각적인 연출력을 자랑한 이응복 감독은 장르물로 새로운 도전을 꾀했다. 이 감독은 “욕망으로 인해 괴물이 된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 괴물이 돼 세상을 구한다..독특한 발상

그동안 부조리한 세상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은 꽤 있었다. 지난 해 종영한 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역시 타인이 만들어낸 지옥을 경험한 종우(임시완)가 결국 더 잔인한 괴물이 된 모습으로 씁쓸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스위트홈’ 역시 ‘타인은 지옥이다’와 마찬가지로 소통의 부재와 인간 간 경계와 욕망 등을 다루는 점이 비슷하다. 하지만 주인공이 괴물이 되는 게 끝이 아니라, 괴물이 세상을 구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 감독은 “자살을 결심한 소년이 막상 죽기 전에 세상이 망해버리고 본인이 스스로 괴물이 돼 세상을 구한다”라고 설명했다.

괴물이 집어삼킨 아파트는 암흑적인 색감으로 표현된다. 붉고 어두운 배경에 수십마리의 괴물이 등장하는 장면은 극강의 공포감을 자아낸다. 이 감독은 ‘괴물’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며 “괴물이 많이 등장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인간이다”라고 했다. “극 중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괴물도 있다’는 대사가 있는데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편견 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괴물보다 더 무서운 건 집단 이기주의와 무례함, 잘못된 선택이라는 은유적 메시지를 담은 ‘스위트홈’이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실험적인 크리쳐물 ‘스위트홈’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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