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원 마이트앤메인(M&M) 대표.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서는 극중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가 화물 기사를 폭행한 후 ‘맷값’을 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는 당시 1341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재벌의 갑질 논란을 사회적 화두로 올려놨다.

조태오의 모델이 된 인물은 최철원(51) 마이트앤메인(M&M) 대표다. 최철원 대표는 2010년 고용 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SK본사 앞에서 시위한 화물차량 기사를 회사 사무실로 불러 야구방망이로 폭행한 후 '맷값'이라며 2000만 원을 건네 사회적 공분을 샀다. '맷값 폭행'으로 여론의 맹비난을 받은 최 대표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실형을 면했다.

그런 최 대표가 17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선거에서 전영덕(56)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동문회장을 누르고 당선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 대표는 총 82표 중 62표를 휩쓸었다.

그에게 몰표가 쏟아진 배경으로는 역시나 ‘재력’이 꼽힌다. 최 대표는 재벌답게 아이스하키 전용시설 확충, 1기업 1중학클럽팀 운영 및 리그 운영, 실업팀 창단 등 굵직한 공약을 내세웠고 그게 후한 점수를 받아 많은 표를 획득했다. 열악한 여건의 비인기종목인 한국 아이스하키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려면 어느 정도의 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체육계 안팎의 생각이다. 정몽원(65) 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이 8년간 협회를 이끌어온 과정에서도 재력은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물론 체육 단체 회장직에 범죄 전력이 있는 인사가 올라도 되느냐의 문제는 분명 따져볼 문제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체육 단체 임원이 되기 어렵다. 체육시민연대는 이번 일을 두고 "폭행 주범 당사자는 즉각 반성하고 사퇴해야 한다"며 "협회는 당사자를 즉각 결격 사유로 결정하고 통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유아인 분). /영화 '베테랑' 스틸컷

장태수(49) 정의당 대변인은 "시민들은 영화 '베테랑'을 통해 최 씨의 악질적인 폭행을 영원히 기록하고 있다. 당장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협회를 향해선 "아이스하키인들은 물론 체육인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고 인권 친화적인 스포츠를 기대하는 시민들의 상식에 맞는 조치를 취해줬으면 한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도 감독의 역할을 방기하지 않길 요청한다"고 했다.

최 대표가 협회 회장직에 오르려면 마지막으로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 다만 인준을 거부할 규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관련 규정에 의하면 대한체육회는 자격 미달이나, 선거 절차상의 문제가 발견된 경우 등에 한해 당선자의 인준을 거부할 수 있다. ‘사회적 물의’라는 규정도 모호한 측면이 있어 최 대표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에 엄격한 판단을 요청하겠다고 했지만, 대한체육회가 실제 인준을 거부할지는 알 수 없다.

'베테랑'에선 악역 조태오가 결국 처벌을 받으며 통쾌한 결말이 난다. 최 대표의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 인준도 ‘권선징악(勸善懲惡)’의 결말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어이가 없네”라는 말은 극중 조태오가 한 말이다. 최 대표의 협회 당선 논란을 간단히 정리하면 그렇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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