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유튜브 영상 캡처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가수 유승준이 '유승준 방지법'에 대해 항의하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민들의 아픔이 남아있는 사건을 이용하는 발언으로 비난 여론에 휩싸였다. 군 입대 기피로 한국에 입국하지 못하게 되자 이후 17년간 거듭 반성하고 있다며 사과했지만 해당 영상으로 인해 유승준의 진심이 드러났다.

■ '유승준 방지법'에 분노

19일 유승준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유승준 원천 방지 5법 발의안? 김병주 의원 지금 장난하십니까? 그동안 참아왔던 한마디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중대발언 #정치발언 #소신발언 #쓴소리'라는 제목의 약 40분 분량 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서 유승준은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발의한 국적 변경을 통한 병역 기피를 막기 위한 패키지 법안(국적법·출입국관리법·재외동포법·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에 대해 언급하며 분노하는 입장을 보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했던 남성'의 국적 회복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유승준은 "이번에 더불어 민주당 소속 김병주 국회의원이 유승준 방지 병역법 즉 유승준 원천 방지 5법 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 되는 거냐. 지금 무슨 장난하냐.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정치인이 그렇게 할 일이 없냐. 아니 제가 무슨 정치범이냐 공공의 적이냐 강간범이냐 누굴 살인했냐 무슨 아동 성범죄자냐"라며 "제가 대한민국 입국 시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정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는 사람으로 보이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바른말로 추미애 장관의 아들 황제 휴가나 조국 전 장관의 말도 안 되는 상태들 때문에 나라 일 하시는 정치인들의 비리들과 두 얼굴들을 보면서 더욱 분노하고 허탈해하는 거 아니냐"라며 국민들의 분노를 자신에게 뒤집어 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승준./유튜브 영상 캡처

■ '효진이 미진이 사건' 실언으로 비난

그러면서 유승준은 "헌법 안에서 자기가 내리고 누릴 수 있는 선택을 하고 그 법 안에서 보호를 받고 누군가가 내린 선택이나 행동에 대해서 인정하고 존중하는 그게 바르고 건강한 사회, 그게 자유민주주의 사회 아니냐. 집단주의로 빠져서 선동되고 세뇌되고 이런 거 다 공산주의가 하는 짓 아니냐. 여러분 눈을 뜨고 귀를 열고 한 번 봐라. 왜 선동 당하냐. 개돼지처럼"이라며 "민족성 자극해가지고 효진이 미진이 사건서부터 반미 감정 맘 부추기고 세월호 같은 가슴 아픈 참사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 선동하고 촛불시위 내세워서 혁명 이루었다고? 그게 혁명이냐. 피만 흘리지 않았지 그거 쿠데타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유승준이 언급한 '효진이 미진이 사건'은 지난 2002년 발생한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다.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심효순, 심미선 양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사건이었다. 

이후 이 발언으로 인해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섣부르게 언급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같은 경우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아픔으로 남아있는 사건이다.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유승준은 비판을 의식한 듯 해당 영상의 댓글을 달지 못하도록 막았다.

■ 17년 만에 드러난 진심

더불어 유승준은 "저 보러 국민 사과를 하라고? 국민 사과를 제대로 하라고? 제가 국민 사과를 왜 하냐. 제가 정치인이냐. 제가 국민과 약속을 했냐. 저는 연예인이다. 저는 제 팬들과 약속을 한 것이고 그 팬들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국민과의 약속은 당신들 정치인들이나 하는 거 아니냐. 약속하고 깨고 말 바꾸고 그거 당신들 특기 아니냐. 정치나 잘해라"라고 쏘아붙였다. 

결국 지금까지 수년동안 대중에게 어필했던 반성과 사과의 태도는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이라는 걸 입증한 발언이었다. 앞서 유승준은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출연해 "약속을 지켰어야 했고 여러분께 먼저 이 모든 얘기를 드리고 설명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했고 한 인터넷 방송에서는 "변명의 자리도 아닌 먼저 사죄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국민 여러분과 법무부 장관, 병무청장님, 출입국 관리소장님, 한국의 젊은이들에 물의를 일으키고 허탈하게 해드린 점 사죄하겠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결국 유승준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지인 역시 등을 돌렸다. 작곡가 김형석은 20일 자신의 SNS에 "내 노래를 불러주고 동생으로 맺은 인연이라 사실 그동안 좀 안쓰럽다 생각했다. 지금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 자업자득. 잘 살아라"라는 글을 남겼다. 유승준이라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형준은 유승준의 히트곡 '나나나' '슬픈침묵' 등을 작곡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SNS 캡처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역시 유승준의 영상을 보고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병역의 의무를 져버린 것은 팬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닌 대한민국 헌법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하며 "스티브 유(유승준)씨가 이 법안에 대한 비난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치적 언급, '촛불시위는 쿠데타'라는 발언까지 하는 것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법안은 바단 스티브 유씨만 '가위'질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병역의 의무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임에도 국적 변경 등 여러 가지 꼼수로 병역 기피를 시도하려는 행위를 막기 위함이다. 병역 의무의 공정성을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고자 발의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유승준은 2002년 한국 국적을 포기해 법무부로부터 입국을 제한당한 후 2015년 9월 재외 동포 비자(F-4)로 입국하도록 해 달라고 신청했다가 거부당했다.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지난 7월 LA 총영사관이 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하자 10월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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