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지난 18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이 첫 공개됐다. 한국 크리처물의 진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괴물 시각화에 공을 들인 작품으로 공개 첫 날 국내 TOP 콘텐츠 1위를 차지했다. 누적 조회수 12억 뷰에 달하는 동명의 인기웹툰을 영상화한 ‘스위트홈’은 욕망을 지닌 인간이 괴물이 된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초반 시선몰이에 성공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으로 주로 멜로물에 특화된 연출을 펼친 이응복 감독은 “내게도 도전인 작품이었다”며 “인간 안에서 괴물성이 나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동시에 원작에 없는 따뜻한 인간미를 가미하고 싶었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300억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품인데 부담은 없나.

“사실 처음에 제작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부담은 크게 없었다. 넷플릭스에서 부담을 주지도 않았다. 다만 원작 팬들이 보고 만족할만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느꼈다.”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신인배우인 송강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가 있나.

“송강의 마음이 좋았고 극 중 차현수와 흡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친구가 자신감 있게 연기해줘서 잘 마칠 수 있었다. 넷플릭스로 방송되기에 스타 배우보다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여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송강이 현수와 가장 높았다. 다른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배우들과 미팅할 때부터 싱크로율에 중점을 두고 캐스팅했다.”

-‘스위트홈’을 연출하기 전 크리처물에 대한 인식은 어땠나. 연출을 하면서 바뀐 인식은.

“솔직히 나는 크리처물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스위트홈’은 원작 자체가 너무 훌륭하다보니 소재 확장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소재확장과 스토리라인에 대한 고민을 하게 돼 성과를 느꼈다.”

-괴물의 탄생을 시작을 다루지만 결국은 인간 대 인간으로 귀결되는 주제를 가진 작품이다. 다른 아포칼립스물과 차이점과 이런 주제의식을 담은 이유는.

“다른 아포칼립스물과 가장 차별적인 건 한국적인 것이 부각됐다고 본다. 한국적인 정의나 믿음, 가치 등이다. 개별적인 가치들이 발현돼 괴물들과 싸우는 걸 보여준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지 궁금했다. 또 실재하지 않는 괴물이 인간 안의 괴물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들과 그걸 바라보는 현상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 실제로 카타르시스를 좋아하는 편이라 크리처로 시작했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거창한 주제는 아니지만 ‘인간적인 모습’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졌을 대 많은 이야기를 공론화시킬 수 있는 걸 이 드라마가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다뤄지며 원작보다 주인공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원작도 원톱 같지만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있다. 그 인물들이 페이지마다 주인공이 됐다. 그런 과정을 드라마에서도 녹이려고 했다. 주인공이 잘 안 보였다면 드라마화에서의 실책이라고 본다. 하지만 다양한 주인공들과 섞일 때 차현수(송강)가 빛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원작과 큰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경비원 갑질 문제 등 사회적 이슈를 좀 더 녹였던 것 같다. 인간의 괴물성을 부각하기 위함인가.

“원작에 나오기도 했고 갑질로 환원되기보다 인간에 대한 예의문제라고 생각해서 녹이게 됐다. 아주 깊은 사회의식이라기보다 이 문제를 던지면서 여러분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기준이 좀비처럼 감염이 아니라 욕망이다. 매우 방대한 기준인데 타당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인간이 욕망을 가졌을 때 괴물이 되는 게 원작에는 많이 살려있는데 드라마타이즈를 하면서 많이 생략됐다. 원작을 보시면 이해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을 원작과 영상이 크로스오버 됐을 때 나오는 ‘윈윈’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괴물을 시각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텐데.

“괴물의 욕망, 본성 등이 반영되길 바랐다. 인간이 괴물로 변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성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봤고 거기에 맞는 디자인을 연구하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넷플리스와 첫 작업인데 어땠나.

“이 작품으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했던 것 같다. 너무 재미있었고 부담감 없이 작품에 대해 상상력을 갖고 매진하게 해 주었다. 결과에 대해 토론을 많이 했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치밀하게 관심을 두고 했다. 크게 만족스럽고 기회가 되면 또 함께하고 싶다.”

-시즌2에는 어떤 주제의식을 담고 싶은가.

“아직 구상 전이다. 시즌2가 확정된 작품은 아니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시즌1의 반응을 보고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 싶다. 주제의식을 더 공고하게 짜서 도전하고 싶다.”

-차기작인 ‘지리산’은 잘 진행되고 있나.

“김은희 작가 역시 넷플릭스와 작업한 ‘킹덤’이 워낙 잘 됐다. 이번에 함께 호흡하게 돼 영광이다. 전지현, 주지훈도 평소 함께 작업하고 싶던 배우라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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