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리./남규리 제공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배우 남규리가 새로운 도전을 마쳤다. 최근 종영한 MBC '카이로스'에서 남규리는 건설회사 이사 김서진(신성록)과 결혼한 바이올리니스트 강현채로 분했다. 극 중 남편의 오른팔인 서도균(안보현)과 불륜관계를 맺고 친부 살인에 실패한 소시오패스라는 반전이 있는 역할이었지만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활약했다. 남규리는 "'이몽'을 끝내고 연기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때 오롯이 나를 재정비하는 공백기를 가지면서 삶에 대한 또 다른 나만의 가치관이 형성됐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에 '카이로스'를 만났다. 처음으로 아이를 잃은 엄마, 바이올리니스트, 소시오패스를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선택이 아닌 도전이었다"라고 말했다.

- '카이로스'가 종영했는데.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며칠 후에 촬영장으로 불려 나갈 것만 같다. 끝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아쉽고 섭섭하다. 그냥 또 하나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보고 싶을 때 꺼내어 보려고 한다."

-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드라마에서 처음 등장하는 여성 소시오패스라 신선했다. 여성이 주체적인 캐릭터라 더 그랬다. 악역에 대한 묘한 갈망도 있었다. 그리고 감독님과 미팅하기 전 시놉시스만 읽었는데 '타임크로싱'이라는 소재가 끌렸다. 제목부터 기회의 신 '카이로스'라는 단어 때문에 나의 배우 인생에 기회의 신이 있다면 함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 아이를 잃는 연기를 하는 게 큰 감정 소모를 필요로 했을 것 같은데.

"아이를 잃은 슬픔은 경험해보지 못했고 그 어떤 학습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아이를 참 좋아한다. 가족이 여섯 식구라 가족에 대한 애틋함도 남다르고 조카들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현채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고 준비했다. 내가 낳은 나의 소중한 아이를 잃었다면 그 상실감 때문에 온전한 정신으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남규리./남규리 제공

- 소시오패스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감독님께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에 대한 디렉션이 있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며 내가 준비한 현채와 감독님의 현채가 조화롭게 표현된 것을 확인하는 게 기뻤다. 현채의 광기에 어느 날은 쾌감을 느끼고 어느 날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날은 울면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때로는 현채에 너무 빠져 있어서 남규리로 돌아오는 게 힘들기도 했다. 결국 응급실을 세 번이나 다녀왔고 몸무게까지 너무 많이 빠져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내겐 너무 소중하고 값진 작업이었다."

- '카이로스'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과거를 잊으면 안 된다. 과거의 내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도 존재한다. 때로는 다 잊고 앞으로만 잘 살자고 하지만 과거를 반성하고 성찰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했던 기억이나 잊고 싶은 아픔, 고통, 추억, 기억 모두 내 것이고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배워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 강현채로 분하면서 배운 것도 많은 것 같다.

"나에게 강현채의 자존감은 색달랐다. 평소에 나를 많이 채찍질하고 자책하는 편인데 보이지 않게 긴장을 많이 하고 걱정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강현채를 연기하며 소시오패스 적인 면모보단 여성의 주체적인 단단함에 매력을 느꼈다. 내가 만난 강현채는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 말고 내 안의 세상에서 스토리가 많은 캐릭터다. 그래서 현채의 모든 것에 개연성을 만들었고 연기하며 다채로움을 배울 수 있었다."

- 악보를 못 읽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바이올린 연주를 직접 했다. 어렵지 않았나.

"감독님께서는 도입부와 첫 번째 변주되는 곳까지만 흉내를 내달라고 했다. 대역을 쓰면 되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 항상 나 자신에게 떳떳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대역을 쓰지 않았다. 내가 강현채로 살기 위해서, 드라마를 위해서도 클라이맥스와 엔딩까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촬영 끝나고 선생님과 집에서 틈만 나면 연습을 했다."

남규리./남규리 제공

- 이제는 배우 남규리가 어색하지 않지만 아직도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남아있는 것 같다.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생각보다 오랫동안 따라다녔다. 매번 편견과 부딪혀야 했다. 그런데 그 꼬리표를 단번에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연기할 때 정말 좋으니까. 체력적으로 몸은 힘들어도 만족스러운 연기를 하고 온 날은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 어떤 상황도 작품이나 평가도 감사하게 받아들이게 됐다. 나만의 노력과 신념으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알아주는 분들이 생기고 진심은 통할 거라 생각하면서 달려가고 있다."

- 이번 작품을 통해 '반전 있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는데 새롭게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나.

"믿을 수 있는 배우다. 어떤 캐릭터의 옷을 입혀도 잘 소화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 가지 옷이 아니라 무지갯빛 컬러를 소화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그동안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그래서 이제는 좀 밝고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나만의 인간적인 모습을 독창성 있게 표출할 수 있으면 한다."

- 남규리에게 2020년은 어떤 해였나.

"기회의 신이 와 준 한 해인 것 같다. '슈가맨'을 통해 추억을 소환하고 '카이로스'를 통해 내적이나 연기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온앤오프'를 통해 대중과 한층 가까워질 수 있어서 나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었다."

- 내년의 목표나 활동 계획을 미리 말해본다면.

"한발 더 나아가 나만의 긍정에너지와 분위기를 보여드리려 한다. 연기적으로나 사람으로서도 캐릭터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고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안주하지 않고 연기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묵묵히 노력하며 성장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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