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민./임민환 기자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신인 배우 송정민이 첫 출사표를 던졌다. KBS1 일일극 '누가 뭐래도'에서 박자근으로 분하면서다. 박자근은 사회성 좋은 다큐멘터리 조연출. 극 중 분량이 많은 건 아니지만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배우로서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송정민은 "택배 상자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택배 상자는 흔하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택배를 받으면 상자 안의 내용물이 뭐가 됐든 간에 일단 기대하게 된다. 빨리 뜯어서 내용물을 보고 싶어지고.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대중들에게 항상 기대를 줄 수 있는 이름만 들어도 출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택배 상자 같은 배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 '누가 뭐래도'에 출연 중인데.

"처음이니까 아직 모든 게 신기하다. 촬영한 결과물을 현장에서 모니터하는 것과 편집한 완성본 보는 게 전혀 다르니까 더 그렇다. 그런 갭을 통해서 앞으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지 알아가고 있다."

- 오디션 볼 때 어땠나.

"오디션장에서 들어가기 전 대기를 하는데 이미 오디션을 보고 있는 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들 너무 잘하니까 나는 들어가서 준비한 만큼만 보여줄 수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러니 많이 떨지 않고 침착하게 보여드릴 수 있었는데 끝나고 화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감독님을 마주쳤다. 인사를 드리니까 '열심히 한 번 해봐'라고 말씀해주셨다. 캐스팅을 염두하고 말씀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조언을 직접적으로 들으니까 작품을 출연하든 안 하든 진짜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캐스팅 이유를 들은 게 있나.

"직접 여쭤보지는 않았는데 성실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에 다른 오디션을 봤을 때 한 감독님이 '우리는 너를 떨어트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뿐이다. 떨지 말고 자연스럽게 매력을 보여줘라'라고 말해주신 적이 있었다. 그 말이 인상적이라 그 후로 오디션을 볼 때마다 그 말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번에 많이 떨지 않고 연기를 보여드린 게 합격의 이유인 것 같다."

송정민./임민환 기자

- 드라마 첫 출연인데 해보니 어떤가.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린 게 카메라 세 대를 콘티가 짜여 있는 대로 맞춰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카메라에 불이 들어왔을 때 연기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 대사를 끊고 어디서 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엄청 헷갈렸다. 그런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하다 보니 어느 정도는 적응했다."

- 완성된 드라마를 TV로 보는 게 뿌듯할 것 같다.

"다 찍고 나서 완성본을 보는 게 재미있다. 여태까지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지 못했는데 그런 과정을 다 알고 보니까 더 뿌듯하다. 그리고 다른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조금씩 배워가는 재미도 있다."

- 주변 반응은 어떤가.

"가족들은 신기해하면서도 좋아하고 친구들도 대부분 같은 반응인데 한 친구는 거리감을 느낀다고 하더라. 원래 알던 모습과 다르기도 하고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가 갑자기 TV에 나오니까. 더 어색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배우의 꿈을 꾸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드라마 '사인'에서 박신양 선배님을 보고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했다. 그때 선배님이 부검사 역할을 맡았는데 그걸 소화하기 위해서 실제로 80여 구의 시체를 부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배우가 돼서 그런 열정을 뽐낼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꼭 배우가 아니어도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직업은 많은데.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앞으로 어떤 걸 해야 할까를 매일 생각했는데 박신양 선배님의 열정을 보고 나니 실체가 없었던 나의 열정을 배우가 된다면 많은 이들에게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막연하게 배우가 되면 한 가지에 열중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배우는 연기뿐만 아니라 모든 상황에 열정을 쏟아야 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송정민./임민환 기자

-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는데 막상 해보니 어떤가.

"막연하게 배우를 꿈꿨을 때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쉽게 보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작품에 출연해 보니 그보다 더 많은 책임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감독님이 나에 대한 기대가 있고 믿음이 있기 때문에 캐스팅을 해줬는데 그걸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도 배우로서 갖춰야 하는 부분 중 하나인 것 같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할 일이 많은 직업이라는 걸 깨달았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앞으로 어떤 배우로 되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해보면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이 많아지는데 다소 식상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인 것 같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더 잘 보여줄 수 있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 2020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난해에 군대 전역을 하고 그 후로 계속 오디션을 봐 왔는데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보면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연기를 계속할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작품을 하게 돼서 올해는 행운의 한 해가 된 것 같다."

- 그럼 2021년의 목표는 무엇인가.

"코로나19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들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분이 많아진 것 같다. 꼭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 한 해였는데 하루빨리 상황이 좋아져서 예전의 일상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두 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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