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28일 열린 EPL 15라운드 울버햄튼과 원정경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결과와 내용 모두 챙기지 못했다. 다 잡은 승점 3을 놓쳤고, 전반 1분 득점 후 나머지 89분 내내 수비만하다 끝난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기였다. 28일(이하 한국 시각) 잉글랜드 울버햄턴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울버햄턴 원더러스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1분 터진 탕기 은돔벨레(24)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로맹 사이스(20)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승리했다면 리그 3위까지 오를 수 있었지만 이날 무승부로 승점 26이 되면서 리그 8위에서 5위로 도약했다. 불안한 5위다. 골득실에서 앞서며 승점이 같은 맨체스터 시티를 6위로 밀어냈으나 7위 애스턴 빌라, 8위 첼시에도 쫓기고 있다. 이들과 승점 격차는 단 1이다. 앞으로 경기 결과에 따라 중위권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울버햄튼과 리그 15라운드에서 수비 가담 중인 손흥민(왼쪽). AP=연합뉴스

◆ 변화가 필요한 무리뉴의 안티축구
 
조제 무리뉴(57) 토트넘 감독은 이날 3-5-2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손흥민(28)과 해리 케인(27)이 최전방에 서고 중원은 세르히오 레길론(24),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25), 은돔벨레, 해리 윙크스(24), 맷 도허티(28)가 구축했다. 스리백은 벤 데이비스(27), 에릭 다이어(26), 다빈손 산체스(24)가 형성했고, 골문은 위고 요리스(34)가 지켰다.
 
무리뉴 감독은 전반 1분 은돔벨레의 선제골 이후 전형에 변화를 줬다. 스리백 대신 레길론을 사이드백으로 내리며 4-2-3-1 전형으로 경기를 진행했다. 이후 전체 라인을 내리고 선제골을 지키는 축구를 했다. 가드를 올린 채 울버햄턴의 공격을 막아내며 승점 3을 따내려는 실리 축구를 추구했다.
 
결과적으로 실패다. 이달 들어 토트넘의 흐름을 보면 더욱 그렇다. 실리도 재미도 모두 취하지 못하고 있다. EPL 기준 울버햄턴전 포함 토트넘은 최근 5경기에서 1승 2무 2패(7일 아스널전 2-0, 13일 크리스털 팰리스전 1-1, 17일 리버풀전 1-2, 20일 레스터 시티전 0-2, 28일 울버햄턴전 1-1)를 기록 중이다. 아스날전을 제외하고 모두 답답한 경기 흐름이다.
 
재미를 포기한 안티축구를 구사했으나 제대로 잠그지도 못했다. 올 시즌 토트넘이 이기고 있다 후반 40분 이후 실점한 경기는 무려 5차례다. 날린 승점은 9다. 모두 승점 3으로 경기를 마쳤다면 승점 32의 리버풀을 제치고 리그 선두를 달릴 수 있다. 실리도 내용도 살리지 못한 무리뉴 감독의 안티축구에 변화가 필요하다.
 

토트넘이 28일 열린 울버햄튼과 리그 15라운드에서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얻어 맞고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AP=연합뉴스

◆ 손흥민, 100호골 사냥 또 실패…5번째 '손나골'
 
손흥민의 토트넘 통산 100호골 사냥이 또 실패로 끝났다. 무리뉴 감독의 안티축구가 '역습'에 무너지는 일이 잦으면서 손흥민의 득점 행진도 주춤하고 있다. 특히 토트넘은 올 시즌 손흥민이 빠진 이후 실점이 잦다. 시쳇말로 올 시즌 나온 '손나골'(손흥민 나오면 골을 내준다)만 벌써 5번째다. 모두 팀의 주요 공격 옵션인 손흥민을 빼고 지키기에 나섰다 오히려 카운터 펀치에 무너진 경기다.
 
17일 리버풀과 경기에서 손흥민의 동점골로 1-1로 맞선 후반 42분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빼고 델레 알리(24)를 투입했다. 하지만 3분 후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골을 내주며 1-2로 졌다. 4일 LASK 린츠(오스트리아)와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J조 5차전도 마찬가지다. 1-1로 맞선 후반 11분 역전골을 넣은 손흥민을 후반 37분 뺐다. 그리고 2분 후 동점골을 허용했다. 경기는 3-3 무승부로 끝났다. 9월 EPL 3라운드 뉴캐슬전에서도 1-0으로 앞선 채 전반전을 마친 뒤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을 부상을 이유로 교체했다. 토트넘은 후반전 추가 시간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10월 열린 EPL 5라운드 웨스트햄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는 최악이었다. 손흥민과 케인의 활약으로 3-0까지 앞섰고, 후반 35분 손흥민은 벤치로 향했다. 이후 토트넘은 처참한 결과지를 받았다. 손흥민 교체 후 내리 3골을 내주며 3-3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손흥민의 토트넘 통산 252번째 경기였던 울버햄턴전도 마찬가지다. 후반 38분 손흥민은 에릭 라멜라(28)와 교체됐고, 3분 후 팀은 동점골을 얻어 맞았다.
 
'손나골'을 두고 무리뉴 감독의 안티풋볼의 역효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빠른 발과 높은 결정력을 갖춘 손흥민이 빠지면서 역습 부담이 줄어든 상대팀이 수비 라인을 올려 파상 공세에 나오게 된다는 설명이다. 결국 축구의 근본은 '공격을 해야 득점을 할 수 있다'다. 득점을 포기한 채 분위기를 내준 게 패착으로 지적받고 있다.
 
손흥민은 울버햄턴을 상대로 득점 사냥에 실패하며 여전히 ‘토트넘 99골’에 묶여 있다. 물론 손흥민 자신이 기량으로 아홉수 징크스를 깨야하겠지만, 지나치게 지키기만 하는 무리뉴식 안티풋볼 아래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빡빡한 경기 일정에 따른 체력적 부담도 손흥민의 100번째 골의 발목을 잡고 있다. 토트넘은 31일 풀럼을 상대로 리그 16라운드 경기를 펼친다. 손흥민이 통산 100호골이자 침체된 팀을 구원할 득점포를 가동할지 주목된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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