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극장에서 관객을 모으며 활약했던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입지를 쌓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JTBC 금토극 ‘허쉬’로 8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황정민을 시작으로 최민식, 전도연, 하정우 등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대중을 만난다.

■ 드라마로 노선 튼 영화배우·감독

최민식(왼쪽부터), 황정민, 전도연, 하정우./한국스포츠경제DB.

가장 먼저 시청자들과 만난 황정민은 ‘허쉬’를 통해 기자의 애환을 그리며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고인물’ 기자와 '생존형' 인턴의 쌍방 성장기이자, 월급쟁이 기자들의 삶을 그린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비록 시청률은 2%대에 불과하지만 황정민의 내공이 살아 있는 연기는 여전히 명불허전이라는 평가가 이어진다.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명량’ 등 다양한 히트작을 내놓은 최민식 역시 25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한다. 내년 촬영을 목표로 제작이 진행 중인 드라마 ‘카지노’(가제) 주인공을 제안 받았다. 카지노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한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최민식 소속사인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비에이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다.

하정우는 넷플릭스 ‘수리남’으로 돌아온다. ‘수리남’은 당초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촬영이 예정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연됐다. ‘용서받지 못한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성시대’ ‘군도’ ‘허삼관’ ‘클로젯’ 등 하정우와 수편의 작품을 함께한 윤종빈 감독의 신작이다. 하정우는 이 작품으로 드라마 ‘히트’ 이후 14년 만에 시리즈에 출연하게 됐다. 제작비 약 400억 원의 대작으로 내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전도연은 드라마 ‘인간실격’ 출연을 검토하고 있다. 출연을 확정 짓는다면 2016년 방영된 tvN ‘굿와이프’ 이후 5년 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오게 된다.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길을 잃은 마흔의 대필 작가인 여자와, 아무것도 못 될 것 같은 자기 자신이 두려워진 스물일곱의 남자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전도연과 호흡을 맞출 상대배우로는 류준열이 거론되고 있다.

비단 배우들 뿐만이 아니다. 영화감독들 역시 드라마로 반경을 넓히는 모양새다. 드라마 ‘카지노’는 ‘범죄도시’로 대히트를 친 강윤성 감독이, ‘수리남’ 역시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다. ‘인간실격’ 역시 ‘봄날은 간다’ ‘덕혜옹주’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브라운관 진출작이다. 허진호 감독은 “긴 호흡의 드라마를 통해 인물들의 서사를 더욱 깊고 세심하게 풀어 보고 싶었다. 현시대가 원하는 콘텐츠의 방향성은 영화와 드라마라는 장르보다는 신선하면서도 사회적인 공감과 인문학적 깊이가 통하는 웰메이드 작품 자체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부산행’ 반도‘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지옥‘으로, ’수상한 그녀‘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통해 넷플릭스 시리즈물을 선보인다.

■ 달라진 플랫폼..OTT 영향력 무시 못 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포스터.

배우와 감독이 드라마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는 OTT(Over The Top) 플랫폼의 영향력이 막강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계속된 코로나19의 확산세로 극장 사업은 위축된데다 영화 제작마저 쉽지 않아 촬영 지연과 취소가 빈번했다. 극장이 유일한 유통망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반면 언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OTT 플랫폼은 부흥의 시대를 맞았다. 한국에서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는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세계 가입자 수 2억 명을 확보한 막강한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공격적인 콘텐츠 제작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심의 기준이 까다로운 방송국에서 만들지 못하는 장르를 시도한다는 점 역시 매력으로 꼽힌다. 대박을 터트린 ‘킹덤’ 시리즈나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처럼 다소 잔혹한 영상물이 넷플릭스에서는 제한 없이 제작되는 것이다.

방송국 역시 OTT의 영향력 탓에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는 중이다.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 홍수에 질이 좋은 드라마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타 마케팅보다 콘텐츠의 재미와 신선도에 관심이 쏠린 시청자들의 눈에 맞는 작품 제작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16부작을 공수한 미니시리즈의 틀을 깨고 인기와 평가 여부에 따라 드라마를 시즌제로 만드는 추세다. OCN 드라마 ‘써치’ tvN ‘산후조리원’ 등이 8부작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이 역시 시즌제로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는 넷플릭스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영화와 드라마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콘텐츠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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