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0년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기를 겪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에 전 산업은 발 빠르게 대응하려 노력했으나 피해갈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엔터업계 역시 여느 때보다 위축된 모습을 보였지만 2021년에는 다양한 시도와 달라진 방식으로 변화의 흐름에 맞춰갈 예정이다. 다가온 신축년 영화, 드라마, 가요계가 어떤 방식과 방향으로 흘러갈 지 살펴봤다.

■ 국내 OTT 확장..영화, 드라마 경계 무너진다

2020년 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했던 OTT의 활성화는 2021년에도 이어진다. 다만 2020년의 OTT 플랫폼에서 넷플릭스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면 2021년에는 국내 OTT 사업 역시 활성화 될 전망이다. 과거 케이블TV(SO)가 성행하고 이어 IPTV가 바통을 이어받았다면 최근에는 OTT가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티빙, 웨이브, 왓챠 등 성장 초기 단계인 국내 OTT의 사업이 확장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6월국내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OTT 지원책을 밝힌 바 있다.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분야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늘리며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 3사와 SK텔레콤이 손잡고 내놓은 웨이브는 출범 1년 만인 지난 9월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오리지널 드라마 ‘녹두전’을 시작으로 2020년 드라마 7편, 예능 4편, 콘서트 1편 등 12편의 시리즈를 공개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아시아 지역과 미주·유럽·중동 등 전 세계에 수출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OTT 사업 확장으로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가 더욱 허물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도 국내 진출하며 K드라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이뤄지고 제작 환경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의 분량도 기존의 60분 체계가 아닌 25분~30분의 미드폼이 성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넷플릭스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경우 회당 20분~25분 분량으로 10회로 구성된 시즌1을 하루에 다 볼 수 있다. 짧은 러닝타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인 셈이다. 지난 12월 28일부터 카카오TV와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된 김요한, 소주연 주연의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역시 매회 20분 내외의 분량이다.

‘해운대’ ‘국제시장’ ‘담보’ 등 다수의 영화를 제작한 JK필름 길영민 대표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도 바뀔 것이다.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가 OTT용으로 많이 제작될 것 같다”며 “예전에는 수익의 70% 이상이 극장 상영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콘텐츠를 만들 때 수익 모델을 OTT로 할 것인지, 극장으로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영화 인력들이 퀄리티 높은 드라마를 사전 제작하는 형태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다”라며 “K-콘텐츠가 워낙 동남아 국가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국내에 국한되지 않은 콘텐츠 제작이 줄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들 역시 콘텐츠의 흐름 변화에 따라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경계가 사라지며 다양한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진다.

■ 위기 대응 방식 고민해야..깊어지는 시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2020년은 그야말로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예상하지 못한 재난 상황 속 업계는 여러 차례 위기와 혼선을 빚기도 했다. 비단 코로나19 뿐 아니라 온라인 시장의 영향력으로 발생한 새로운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한 매니지먼트 홍보 실장은 “시대에 따라 기준들이 바뀌고 있다”며 “과거에는 새로운 콘텐츠가 흘러가는 방식에서 오프라인시장이 점화를 해주는 게 컸다면 현재는 온라인 시장에서 좋은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시장에서 배우, 가수, 각 중소기업 회사들까지 질 좋은 콘텐츠를 위해 자본금을 쏟아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에는 탈렌트(재능)가 중요하다. 예전에는 계획성 있게 실행했다면 요즘은 그렇지 않다. 과거에는 배우가 갖는 포지션, 무게감, 가수의 이미지 등 다양한 포지션이 있었다면 요즘은 온라인에서 소모되는 방식에 따라 이미지도 쉽게 바뀐다”라고 덧붙였다.

획일화된 작품 활동만으로는 수익의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 시장은 점점 포화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결국에는 아이덴티티(개인)로 가는 게 맞는데 그렇다면 엔터테인먼트 구조도 무너질 수 있다”며 “양질의 콘텐츠가 정말 중요하고 새로운 소재를 어떻게 의외성 있게 다룰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 언택트 시대..중소 가요 기획사의 생존법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의 직격탄은 가수들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가수들은 팬들의 환호성 없이 1년 째 텅 빈 무대에 오르고 있고 공연, 콘서트 등 오프라인 행사 역시 줄줄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가요 4대 기획사로 불리는 SM, JYP, YG,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자본을 활용해 비대면 행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SM과 JYP는 지난 8월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을 공동 설립하기도 했다. 빅히트 역시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로 비대면 행사에 적극적이다. 지난 10월 열린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는 이틀 동안 관람한 관객 수가 100만 명 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이 없는 중소 기획사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한 가요 매니저는 “신인그룹들은 해외로 나가서 공연을 해야 수익을 벌어들이고 홍보도 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굉장히 위축된 상황”이라며 “언택트 공연은 4대 기획사 아니면 힘들다. 수익도 거의 없고 제작비만 더 많이 들어가는 실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프라인 공연을 할 경우 앨범 판매량 증가, 굿즈 창출 등 부가적인 수입이 따라오지만 온라인 유료 공연의 경우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수익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이에 가수들은 무대 뿐 아니라 방송이나 개인 채널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할 경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또 다른 가요 매니저는 “고정적인 수익을 방송 출연료로 충당해야 하는데 매번 나오는 사람들만 나오니 빈 자리가 없다”며 “방송국 역시 신규 프로그램 론칭을 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예산 자체가 2021년에는 더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상황 속 신년 새로운 생존 방식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대비한 문화 공연을 활용해야 한다. 영화관에 콘서트를 상영하는 방식이나 새로운 홍보창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웨이브 티빙 왓챠 로고,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포스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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