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등 금융사고를 겪은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라임자산운용,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를 둘러싼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이어진 금융투자업계에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가 된 펀드를 판매했던 증권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 강화와 함께 리스크 관리, 고객 신뢰회복 등을 위한 조직개편과 경영혁신이 시도되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사장 박정림, 김성현)은 지난 29일 고객중심의 사업모델(Biz)별 핵심역량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리스크심사 및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특히 KB증권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안정적인 금융투자상품의 공급을 위해 리스크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선제적 내부통제를 위한 관련 조직도 신설했다. 기존 리스크심사부를 ‘리스크심사본부’로 확대 개편하고, 예하에 기업금융 및 대체투자 관련 전문 심사부서를 신설해 기존 고유자산 뿐만 아니라 WM고객관련 금융투자상품(대체투자 관련)에 대한 전문적인 심사 체계를 더욱 강화했다.

또한 ‘내부통제혁신부’를 신설해 전사적 업무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점검과 선제적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KB증권은 이미 지난 10월 전사 경영전략과 ESG경영의 효율적 연계를 위해 전략기획부 내 ESG전략팀을 신설한 바 있으며,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전사적 ESG 관련 전략 및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이사회 산하)도 신설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고객중심의 조직역량 강화와 고객에 대한 신뢰 및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ESG경영체계와 내부통제 혁신 기능 강화에 중점을 뒀다"며 "이를 통해 고객에게 최적의 투자솔루션을 제공하는 금융투자회사로서의 신뢰와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대표이사 이영창) 역시 '2021년 정기 조직개편'을 통해 고객의 신뢰회복을 위한 사후 관리체계 강화에 나섰다.

신한금융투자는 금융상품의 사후관리체계 강화를 위해 상품관리부를 신설하고, 각 부서에서 수행하고 있는 사후관리 관련 업무를 총괄 관리키로 했다. 또한 운영위험관리팀을 신설해 운영 리스크 관련 업무를 일원화하고 업무 프로세스 및 운영 시스템상 위험요인 점검과 관리방안 수립에 나섰다.

이 외에도 지원업무 전담조직 신설로 내부 관리기능도 강화키로 했다. 이를 통해 지원업무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미들오피스와 백오피스 기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각 부문의 기본체계를 강화해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조직을 구축하고, 고객신뢰 회복과 자본시장 대표 증권사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KB증권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60%의 기본배상비율을 적용해 투자자별 배상비율을 60~70%로 결정했다. 또한 나머지 투자피해자에 대해서도 이번 분조위의 배상기준에 따라 40~80%의 배상비율로 조속히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최근 금감원은 환매연기 사태로 손해가 확정되지 않은 사모펀드에 대해 판매사가 동의하는 경우 사후정산 방식으로 신속하게 분쟁조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여기에 가장 먼저 동의한 KB증권에 대해 분조위를 개최했다.

원칙적으로 펀드는 환매 또는 청산을 통해 손해가 확정된 경우에만 손해배상이 가능하다. 이에 금감원 방침에 동의하지 않은 증권사들의 경우엔 아직 분조위가 개최되지 않고 있다. 현재 금감원 분조위에 접수된 라임사태 관련 분쟁조정 건수는 600여건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절반 가량이 증권사와 관련된 분쟁조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펀드 판매사이면서 TRS도 제공한 KB증권은 더욱 강화된 투자자보호 노력을 기울여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해 고액,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있다"며 "이를 고려해 해외금리연계 DLF(55% 기준으로 가감조정) 보다 높은 수준으로 기본배상비율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감원은 같은 날 발표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통해 사모펀드와 관련해 소비자피해를 유발한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대해 종합등급을 1단계 하향조정해 '미흡'으로 평가했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및 기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매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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