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모든 경영일선서 물러나...유-헬스케어 창업가 새로운 시작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K-바이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31일부로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은퇴 후 원격의료 스타트업 설립 등 유(U)-헬스케어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을 가진 서 회장은 이번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알렸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에서 등기 임원, 셀트리온헬스케어 사내이사, 셀트리온제약 사내이사 등을 맡고 있다. 서 회장이 이번에 은퇴함에 따라 셀트리온과 그 관계사들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확고히 하고 사업에 정진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서 회장은 이날부로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다만 등기임원·사내이사 등 서류상 지위는 올해 3월 열리는 주주총회까지 유지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서 회장은 31일을 끝으로 셀트리온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며 “앞으로는 무보수 명예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면 공식적인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 및 굵직한 M&A 성사

지난해 서 회장이 온 힘을 쏟은 것 중 하나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과 함께 한 21년 경영의 마침표이자 어쩌면 가장 큰 업적이 될지 모른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을 선언, 개발 초기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협력을 통해 임상 2상 기간을 10개월로 대폭 단축하는 등 속도를 내왔다.

이렇듯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성분명:레그단비맙·Regdanvimab)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완료해 지난해 12월29일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이번 임상결과를 근거로 미국, 유럽 긴급사용승인 획득을 위한 절차에도 즉시 착수한다.

이번 글로벌 임상 2상은 한국 식약처, 미국 FDA(식품의약국), 유럽 EMA(유럽의약품청)와의 사전협의를 통해 디자인됐다. 대한민국, 루마니아, 스페인, 미국에서 총 327명의 환자가 참여해 지난해 11월 25일 최종 투약을 완료했다.

또 셀트리온은 올해 첫 대형 인수합병(M&A)을 발표,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6월부터 다케다제약 아태지역 프라이머리 케어(PC) 제품자산 인수를 추진해 왔다.

셀트리온은 총 2억 7830만달러(한화 약 3074억원)에 아태 9개 국가에서 판매 중인 18개 제품 자산을 인수함으로써, 케미컬의약품 분야에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아태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을 통한 성장도 기대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설립 당시 종합제약사를 꿈꿔왔다. 2021년 말까지 셀트리온 그룹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투명한 매출구조 확립과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로 사업효율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끈기와 노력으로 제약·바이오 1등까지

셀트리온의 이러한 성과는 하루아침에 얻어진 결과는 아니다. 서 회장은 지난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 한국생산성본부를 거쳐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게 됐다. 1985년 당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눈에 띄어 대우자동차의 기획재무 고문자리까지 맡게 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부도났고 대우자동차는 1998년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대기업 임원에서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된 서 회장은 대우자동차 기획실 직원 10여명과 함께 2000년 벤처기업 ‘넥솔’을 창업했다.

서 회장은 비전공 분야인 바이오를 공부하기 위해 1년 동안 40여 개국을 다니며 유명 바이오 연구자들을 인터뷰하고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등 부단히 노력했고, 창립 3년만에 회사를 상장시키기에 이른다.

하지만 우여곡절은 계속됐다. 2003년 인천 송도에 5만 리터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지만 완공을 1년 앞둔 2004년 에이즈 백신 임상3상이 실패했다는 소식에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부도를 막기 위해 명동 사채업계를 돌며 신체 포기각서도 썼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위기의 순간 포기하지 않은 그의 뚝심과 노력으로 회사는 2009년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까지 올라섰다. 창립 10년만인 2012년에는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후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와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 3대 주력제품의 성공을 기반으로 셀트리온은 제약·바이오 대표기업으로 성장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통틀어 연매출 1위가 유력시 됐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가까워졌다. 지난 3분기 매출은 5488억원, 영업이익 245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9.9%, 영업이익은 137.8%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2월30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시가총액은 82조원에 육박한다.

한편 서 회장의 이번 은퇴로 전문 경영인 체제가 유력시 되는 가운데, 셀트리온과 그 관계사의 대표는 공식적으로 임기가 남은 상황이다.

우선 셀트리온의 기우성 대표이사는 오는 2023년 3월까지 임기다. 셀트리온제약의 경우 서 회장 동생인 서정수 대표가 근무하고 있다. 서 대표의 공식 임기는 오는 2022년 3월까지다. 또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2년 3월까지다.

셀트리온의 경우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과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의 향후 거취도 주목된다. 1984년생인 서 수석부사장은 제품개발 업무를 총괄 중이다. 서 이사는 1987년생으로 현재 운영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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