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ESG경영 및 ESG투자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과 이상기후 등 대외악재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2020년 한 해 동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에도 ESG경영 및 ESG투자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ESG란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단어의 약자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ESG경영 확대를 위한 조직개편, 석탄산업 투자 중단 선언, ESG 관련 인덱스 개발 등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자산운용사에선 ESG 관련 펀드, 특히 그린펀드 상품의 출시가 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서스틴베스트에서 발표한 ‘2020년 ESG 등급 평가’에서 증권사 중 최고 등급인 'A등급'을 획득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책임투자(SRI) 전문 리서치 기관으로, 1000여개 기업의 ESG 관리 성과를 평가해 국내 연기금을 포함한 글로벌 사회책임투자 펀드에 대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의 ESG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바 있으며,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DJSI) 월드지수에도 9년 연속 선정됐다. 이번 서스틴베스트 평가까지 합하면 ESG 경영성과 3관왕을 달성한 셈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이 같은 성과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06년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며 ESG 경영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엔 사회적 책임 투자 개념을 도입해 사회 책임 투자 펀드 출시와 친환경 사업 투자 등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보고서를 통해 "미래에셋대우는 트렌드에 발맞춰 사회 책임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지속 가능 경영 의지를 대내외로 선언한다"고 밝혔다.

현대차증권 역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하는 ESG 평가에서 증권사 중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았다. 현대차증권은 사회공헌에 기반한 지역사회 환원,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 소비자 보호 활동 등을 평가하는 S(사회적 책임)분야에서 최상위등급 'A+'를 받았으며, E(환경)과 G(지배구조)까지 전 영역이 지난해와 비교해 한 단계 개선된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증권은 ESG경영 강화를 위해 올해 ESG 총괄 전담부서를 지정하고, 전사 단위 협의 조직인 ESG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KB증권은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ESG경영체계 강화에 나섰다. KB증권은 이를 위해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전사적 ESG 관련 전략 및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을 일원화했다. KB증권은 이미 작년 10월 전사적 경영전략과 ESG경영의 효율적 연계를 위해 전략기획부 내 ESG전략팀을 신설한 바 있다. 또한 KB증권은 ESG분석을 통한 투자전략 제공 강화를 위해 리서치센터내 ‘ESG솔루션팀’도 신설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역시 리서치센터 내에 ESG연구소를 신설,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조직혁신 외에도 석탄산업 투자 중단과 ESG 인덱스 개발, 그린펀드 런칭 등 ESG활동 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해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는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키로 작년에 선언했다.

삼성증권은 향후 석탄 채굴 및 발전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긴 ESG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작년 12월부터 관련 업무에 반영키로 했다. KB증권 역시 앞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며,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채권인수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동참하는 취지로, 1000억원대 규모의 석탄 투자를 중단하고 ESG 관련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작년 9월 한국수력원자력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대형 풍력단지 지분을 인수, 신재생에너지 공동개발에 참여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앞서 석탄 산업 투자를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SG와 관련한 리서치 자료 및 인덱스 개발도 눈길을 끌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2019년부터 ESG 지표를 토대로 한 기업 분석 작업을 추진, SK와 포스코,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자동차, SK텔레콤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15개 기업을 선정해 국내 증권사 최초로 ESG 리포트를 국문과 영문으로 동시에 발간했다.

또한 NH투자증권은 금융 당국의 민간 인덱스 사업 규제 완화에 따라 리서치센터 내에 인덱스 개발부서를 설치하고, 현재까지 총 5종의 인덱스를 출시했으며, 추가로 8종 이상의 신규 인덱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자산운용업계를 중심으로 한 ESG 관련 펀드, 특히 '그린펀드'의 인기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ESG 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고, 실제로 ESG 관련 투자도 늘며 친환경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펀드로 돈이 몰리고 모습이다.

실제로 NH-아문디(Amundi)자산운용이 작년 하반기 출시한 ‘100년 기업 그린 코리아 펀드’는 출시 약 3개월여 만에 펀드 설정액 1000억을 돌파했다. 작년 운용업계에서 출시된 8개 일반 주식형 공모 펀드 중 설정규모 1000억원을 유일하게 돌파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펀드는 2차전지, 수소경제, 신재생에너지 등 그린 관련 기업에 펀드 자산의 약 30~40%를 투자하고 있으며, ESG 평가가 높은 기업뿐 아니라 ESG 요소의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배영훈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는 "2020년 유례없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전세계가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한국형 뉴딜 정책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의 탄소 중립 선언 등 ESG투자, 특히 그린(환경) 테마의 장기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는 전세계 각지의 핵심기업에 투자하는 ‘한화그린히어로펀드’도 주목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저감에 도움이 되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수소 등의 산업군이 주요 투자처로, 태양광(29.8%), 전기차(27.9%),  풍력(19.0%), 수소(5.9%), 완화적용(RE100)(4.4%)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도 ESG 관련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의 책임투자형 ESG펀드 운용방법은 자체적인 책임투자형 벤치마크를 90% 이상 편입하고, 추가적으로 술, 담배, 도박 관련 등의 주식은 운용 대상에서 제외 시키고 있다.

Ÿ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가 기금 전체 자산의 약 50%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SG 투자의 목적은 단순히 정부 정책에 따르는 것 이상"이라며 "ECGI 등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책임투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낮춰주고 수익률을 제고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일부 선진국의 리테일 시장에서는 수익률에 상관없이 친환경, 그린, 책임투자 등 태마에 투자하겠다는 수요가 꾸준하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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