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세 경영 체제 전환 알려…신약 개발 등 미래 성장 박차
(왼쪽부터)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한미약품그룹이 2세 경영에 닻을 올리면서,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뒤를 이어 ‘제약강국’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써나갈지 주목된다.

최근 고 임 회장의 세 자녀(2남 1녀) 중 첫째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에 이어 임주현·임종훈 부사장도 사장에 선임되면서 사실상 2세 경영 체제 전환을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달 20일 임주현·임종훈 부사장 남매를 한미약품 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2021년 임원 승진 인사를 발표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에서 사업개발(BD) 업무를 총괄하고, 임주현 사장은 글로벌 전략과 인적자원개발(HRD) 업무를, 임종훈 사장은 경영기획 업무와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은 지난해 8월 임 회장의 별세 이후,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약품 고문이 그룹 차기 회장에 오르면서 경영권 승계가 과도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송 회장은 지난해 9월 말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함께 각자 대표에 올랐다.

또한 한미약품은 현재 전문경영인인 우종수(경영관리부문)·권세창(신약개발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이끌고 있다.

 

2세 경영 본격화…포스트 임성기 새로 쓸까

임 회장의 자녀 3명 모두 그룹 내 사장에 올라서면서 임 회장의 뜻을 이어 그룹 내 경영능력을 입증해 나가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오른다.

임 회장은 ‘신약 강국’을 이끈 제약업계 거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조그마한 약국에서 시작해 매출 1조원대 제약사를 키워낸 제약업계 산증인이다. ‘한국형 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매년 매출의 20% 가까이 R&D(연구개발)에 투자해 국내 최고 신약 개발 제약사로 한미약품을 키워냈다.

우선 임 회장의 장녀인 임주현 신임 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스미스칼리지 음악과를 나와 지난 2007년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글로벌전략과 인적자원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임 회장은 벤처투자 사업에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 2017년 한미약품 전무였던 임주현 사장을 한미벤처스 사내이사에 등기하기도 했다.

3남매 가운데 막내인 임종훈 신임 사장은 그룹의 경영기획과 최고투자책임자 업무를 맡아 왔다. 임종훈 사장은 한미헬스케어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임종훈 사장은 미국 벤틀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임주현 사장과 같은해인 2007년 입사해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한미약품의 전무로 근무하며 관계사인 한미IT가 100% 출자한 의료기기 물류회사 ‘온타임솔루션’의 대표직을 지냈다.

이어 지난 2017년 3월 주력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사내이사에 선임된지 1년도 되지 않아 부사장에 올랐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한미약품 제공

 

첫째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도 겸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바이러스 연구원으로 일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2000년 회사에 들어와 해외 계열사와 신사업 개발 등을 주도해 왔다.

지난 2009년 한미약품 사장에 선임돼 사업개발 부문을 이끌고 있으며, 2010년에는 고 임 회장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공동대표를 맡았다. 임 회장이 2016년에 비등기임원으로 물러나며 임종윤 사장을 일찌감치 후계자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임 사장 단독 대표 체제였다. 현재는 송 회장과 함께 장녀인 임주현 사장도 한미사이언스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임종윤 사장은 코로나19 그린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는 그린백신 개발 기업 바이오앱과 공동연구를 통해 식물바이러스 나노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전자현미경 VLP(바이러스유사입자·Virus Like Particle)를 지난해 말 공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계열사 지배보다는 신사업 발굴 등 그룹의 미래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데 주력하는 영업지주회사다. 임 회장이 R&D 투자로 국내 신약개발의 새 역사를 쓴 것처럼, 임 종윤 사장도 한미약품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임종윤 사장은 또 한미약품을 환자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를 돕는 ‘토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제약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임종윤 사장 후계자로 주목…승계작업 마무리 과제

임종윤 사장은 차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임 회장의 지지 속에 일찍이 후계구도를 굳혔지만 지분 승계 작업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그룹은 한미사이언스가 41.39% 지분율로 한미약품을 지배하고 오너가(家)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 임종윤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3.65%다. 임종윤 사장의 동생인 임주현 사장과 임종훈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각각 3.55%, 3.14%로 임종윤 사장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송 회장은 1.2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임 회장이 보유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34.27%는 아직 상속이 이뤄지지 않았다. 고 임 회장의 지분상속에 대해선 알려진 내용이 없다.

임 회장이 지분 상속에 대해 별도의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 법적상속분에 따라 송 회장은 4.5분의1.5, 임종윤·주현·종현 사장은 각각 4.5분의1의 지분을 상속받게 된다. 법정 상속분대로 상속이 이뤄진다면 모친인 송 회장의 의중에 따라 경영권 승계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송 회장이 새해 신년사를 통해 “제약강국, 글로벌 한미라는 비전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도록 묵묵히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만큼 당분간 송 회장을 중심으로 3남매와 함께 우종수·권세창 투톱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한편 현행법상 상속인은 고인의 사망 이후 6개월째 되는 달 말일까지 상속세를 신고해야 한다. 임 회장은 지난해 8월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따라서 상속세 신고기한은 올해 2월28일까지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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