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카카오페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그야말로 빅테크 전성시대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앞세워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카카오가 은행과 증권업, 간편결제 등에 이어 보험업에도 진출한다. 사실상 금융업 전 분야에 걸친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의 완성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는 계열사인 카카오페이를 통해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는 이미 계열사인 카카오뱅크(인터넷전문은행)를 통해 은행업에 진출했으며, 카카오페이가 간편결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카카오페이증권을 통해 증권업에도 진출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전날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카카오페이는 금융당국의 예비인가 승인을 받은 이후, 올 하반기 디지털 손보사 출범을 목표로 법인 설립과 본허가 승인 등의 절차를 밟아 나갈 계획이다.

당국의 신규 인가가 나올 경우, 카카오페이 주도하에 정보통신기술(ICT)과 보험을 결합한 국내 최초의 핀테크 주도 디지털 손보사가 탄생하게 된다. 카카오페이는 일상 속의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를 기반으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지난 2019년 인슈어테크 플랫폼 스타트업인 인바이유를 인수해 법인보험대리점(GA) 역할을 맡기는 등 보험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또한 2020년엔 삼성화재와 손 잡고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는 계획을 추진했지만, 세부 사업 방향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끝내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카카오페이는 단독으로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준비해 왔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보험 판매 플랫폼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보험 상품 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예비인가 신청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디지털 손보사 설립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생활 환경 속에 다양한 혁신을 추진하고, 카카오 공동체의 여러 서비스들과 연계된 상품을 개발하며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가 보험업에 진출하게 되면 기존에 은행과 증권 등 금융업에 진출한 카카오 계열사들과의 사업 시너지가 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은 카카오톡이란 공통 매개체를 통해 다양한 제휴 사업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발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 사업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고객층이 형성돼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한 예로 작년 11월 국내서 가장 많이 사용된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은 카카오뱅크로 나타났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작년 11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금융 앱은 카카오뱅크로, 총 875만명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토스 822만명, KB국민은행 스타뱅킹 703만명, NH스마트뱅킹 646만명, 신한 쏠 577만명, ISP페이북 562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30대 이상 이용자가 카카오뱅크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인기를 바탕으로 카카오뱅크는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작년 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친 카카오뱅크는 작년 3분기말 기준 14% 수준이었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20% 안팎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번 증자를 통해 손실 흡수력을 제고하고,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증자 당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대략 9조 3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추가 자본조달도 계획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의 상장후 기업가치를 20조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6월말 기준 보통주 자기자본비율이 13.6%로, 자기자본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며 "추가적인 대출 확대를 위해 선제적인 자본 확충을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3회에 걸친 대규모 증자로 주식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카카오뱅크 외에도 카카오페이도 올해 IPO를 통한 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페이의 상장 기업가치를 대략 7조~8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연이은 금융 자회사의 증시 상장을 통해 카카오의 금융 사업은 더욱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재호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실력 발휘는 2021년부터가 진짜"라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올해 압도적인 매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카카오페이는 작년 3분기 기준 손익분기점 수준에 도달했으며, 2019년 연간 당기순이익 137억원을 기록한 카카오뱅크는 2020년 3분기, 단 한개 분기 만에 406억원(당기순익)을 기록했다"며 "2021년부터는 신사업들의 이익 기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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