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백신 콜드체인 확보 필수…ICT기술 업체 및 수송 업체 등 협업 늘 듯
대한항공이 온도조절 가능한 특수 컨테이너를 화물기에 탑재하고 있다. / 대한항공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유통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종 업종들도 관련 업체 인수 등을 통해 해당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의약품 전문운송 업체뿐만 아니라 안정성과 효율성을 더 높여줄 IT기술 업체, 항공사 등의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코로나19 백신의 성공적인 보급을 위한 업계 간의 합종연횡도 예상된다.

 

삼성SDS, 백신 유통 모의 시험 참여로 기대 ↑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는 지난주 의약품 전문운송 업체인 용마로지스 및 저온 냉동시설을 보유한 한국초저온 등과 백신 유통을 위한 모의시험을 진행했다. 해외에서 온 백신을 특수차량으로 물류센터에 옮긴 뒤 이를 다시 전국 백신 접종센터로 옮기는 작업 전반을 점검했다.

이는 임시 테스트를 진행한 것으로 삼성SDS의 백신유통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SDS가 이번 사업에 참여한다면 백신 유통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한 중소 의약품 업체가 유통한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서 백신이 폐기되는 등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내 도입 예정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영하 70도 이하에서, 미국 모더나 백신은 영하 20도 정도에서 유통해야 한다. 바이러스벡터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영상 2~6도 정도 유지해야 한다.

이번 모의 테스트에서 용마로지스는 운행 중 최저 영하 20도를 유지할 수 있는 차량을 점검했다. 한국초저온은 영하 70도 이하 저온에서 의약품을 보관할 수 있는 전용 창고를 시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SDS는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위치 추적, 온도·습도·진동 등 백신 유통 전 과정을 관리하고, 블록체인화해서 위·변조를 막는 플랫폼 노하우를 제공하게 된다.

다음주께 대한항공도 추가 배송 테스트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함께 급증할 항공 운송 수요에 대비하고자 최근 화물사업본부 내에 백신 수송 업무 전반에 걸쳐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바 있다.

다만 삼성SDS와 대한항공, 용마로지스, 한국초저온 등이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조만간 외국산 백신의 국내 유통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인 가운데, 입찰 방식에 따라 이는 달라질 수 있다.

 

백신 유통사 및 콜드체인 ICT기술 업체 간 협업 주목

반도체 테스트 전문업체 아이텍도 자회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유통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텍은 지난달 16일 송정약품의 25% 지분을 확보했다. 이어 지난 5일 송정약품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납입을 완료해 총 53%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며 인수를 완료했다.

이로써 자회사인 아이텍에이치앤디, 송정약품과 동우텍으로 이어지는 3각 협력관계 구축을 완성해 백신 및 전문의약품 유통 사업 체계를 갖추게 됐다.

백신 및 전문의약품 유통사인 송정약품은 전국 보건소 및 600여 개 병·의원과 군부대 등에 각종 백신 등 전문의약품을 공급한다. 녹십자 출신 유영구 대표가 미래약품을 거쳐 지난 2008년 송정약품을 창업했다.

동우텍이 개발한 '콜드체인 키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하 200도까지 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PC와 모바일 환경에서 위치·습도 및 진동·조도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동우텍은 2017년부터 녹십자·코오롱제약 등 다수 바이오 유통 기업에 제품을 공급해 왔다.

아이텍 관계자는 “백신 유통과 배송에 오랜 경험을 축적한 송정약품과 독보적 콜드체인 ICT기술과 플랫폼을 보유한 동우텍의 협업체제 구축으로 확대되는 시장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아이텍에서 인수한 송정약품과 녹십자랩셀 간 콜드체인 백신 유통 위탁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 녹십자에 모더나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설이 불거진 가운데,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국초저온 전경. / SK 제공

 

SK, 초저온 물류기업 선제적 투자 지위 확보

앞서 SK는 지난해 1월 초저온 물류기업 한국초저온에 선제적 투자해 화제가 됐다. 특히 화이자 백신이 영하 70℃ 이하의 초저온 상태로 유통해야 해서 주목받은 바 있다.

SK는 지난해 초 한국초저온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벨스타 수퍼프리즈에 약 250억원을 투자해 지분 20%를 확보하면서 2대주주가 됐다.

한국초저온은 영하 162도의 초저온 환경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다시 기체 형태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냉열을 저온 물류용 냉매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폐기된 LNG 냉열을 재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화에 사용된 바닷물을 바다에 방류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 기존의 전기 냉장 방식 대비 전기요금도 최대 70%까지 절감이 가능하다.

아울러 한국초저온은 지난 2019년 4월 경기도 평택시의 오성산업단지 내 2만8000평 규모의 대지에 현대식 저온 물류센터를 준공해 6월부터 가동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인천항만공사가 인천 송도국제도시 신항배후단지 내 국내 최대 규모로 설립 예정인 초저온 복합 물류센터 개발 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SK는 125억원을 추가 투자할 수 있는 선택권도 갖고 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백신은 개발뿐만 아니라 저장, 유통 과정 모두 중요하다. 이에 따라 콜드체인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술 기반의 콜드체인 유통망을 보유한 물류업체들이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