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진 법무법인 방향 대표 변호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카메라 등을 이용,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가 2020년 발간한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2013412건에 불과하던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는 2018년 무려 약 6배가 급증, 2388건이 발생했다. 이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일반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범죄의 경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해야 한다. 대법원은 다소 모호한 문구에 대해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원본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대법원 판례 역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관계로, 똑같이 여성의 뒷모습을 촬영했지만 재판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리는 사건이 존재한다.

그러던 중 최근 대법원은 일명 레깅스 몰카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을 파기환송하면서 향후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판결의 지침이 될 내용을 제시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레깅스를 입고 있던 피해자가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뒷문 근처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스마트폰으로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약 8초간 몰래 촬영했고, 1심에서 벌금 7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24시간이 선고됐다.

그러나 2심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 이유로 외부로 직접 노출되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적고, 피고인이 특별히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부각시킨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했다고 제시했다.

또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피해자가 경찰조사에서 기분 더럽다고 해 불쾌감을 나타냈지만 이를 성적 수치심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적시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 당하지 않을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으로, 여기에서 성적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자신의 의사에 의해 드러낸 신체 부분이라해도 이를 촬영 당하는 경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이 유발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범죄 대상이 되는 신체의 경우, 반드시 노출된 부분으로 한정되지 않고 레깅스와 같이 몸에 밀착해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의 굴곡이 드러나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으로 봤다.

이밖에 레깅스가 일상복으로 활용된다거나 피해자가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사정이 범죄의 성립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특히 사람의 기억과 달리 신체가 촬영되는 경우 고정성과 연속성, 확대 등 변형가능성, 전파가능성 등에 의해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고, 동영상은 사진보다 가능성이 크다고 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기분 더럽다고 표현한 것 역시 성적 수치심의 범위로 포섭하면서 2심이 제시한 논거를 모두 배척했다.

이는 지금까지 불분명했던 법리를 명확히 함과 동시에 대법원이 성과 관련된 사건을 판단하기 위해 근거로 채택하는 성인지감수성의 적용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재 재판에 계류됐거나 발생할 사건에서 피고인 또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자가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의 없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은 그것이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떠나 촬영자 스스로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온라인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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