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된 프로배구 선수들의 사적 모임 모습. /해당 선수 인스타그램 캡처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배구 V리그는 새해 벽두부터 ‘코로나 공포’에 떨었다. 지난해 12월 26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OK금융그룹과 KB손해보험의 경기를 중계한 방송사 관계자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일과 3일 열려던 4경기를 전격 취소하고 리그 구성원들의 전수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더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5일부터 리그를 재개했지만 9일 여자부에서 다시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들려왔다. 흥국생명의 새 외국인 선수 브루나 모라이스(21)가 입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일부 선수들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고 개인 숙소에서 5인 이상 모임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다. 여자부 한 구단의 외국인 선수 A는 9일 자신의 숙소에서 남자 친구 B, 같은 구단 선수 C, 통역 D, 타 구단 외국인 선수 E까지 총 5명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려 논란이 됐다.

파문이 커지자 구단과 배구연맹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연맹은 해당 구단에 엄중히 경고하는 한편 남녀부 전체 13개 구단에 코로나19 방역 지침 준수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다. 비슷한 일이 재발할 경우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징계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가진 장소가 개인 숙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늦게 경남 창원 시내의 한 주점에서 약 1시간 동안 술자리를 가진 프로농구 창원 LG세이커스 선수 및 코치 6명의 일탈보다는 다소 수위가 낮았다. 그러나 강도의 차이일 뿐 선수들이 비교적 느슨한 방역 의식을 가졌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일부 선수들의 느슨한 방역 의식은 최악의 경우 리그 중단이나 취소까지 야기할 수 있어 걱정된다. 일부의 잘못된 행동이 리그 구성원 전체의 안전과 생계에 큰 위협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프로배구와 프로농구에서 일어난 사태의 중심에는 모두 프로 선수들이 존재했다. ‘프로’의 넓은 의미를 되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실력 외에도 인성과 자기관리, 팬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진정한 ‘프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의 전설로 꼽히는 아니카 소렌스탐(51ㆍ스웨덴)은 본보기가 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최근 통화한 한 프로농구 선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든 상황에서 팬 분들께 조금이라도 기쁨을 드리고 싶다. 스포츠 선수는 그러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 선수라면 프로스포츠리그 안팎으로 모범을 보이며 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적 방역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프로 선수들의 일탈은 보는 이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직업에서나 인생에서나 ‘프로’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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