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타 강사 박광일이 댓글 조작하다가 적발됐다./ 대성마이맥 홈페이지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국어 '1타 강사' 박광일 씨가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학원가에서는 이런 댓글 조작 같은 불법 홍보를 근절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박 씨와 관계자 등 3명은 지난 2017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2년여 동안 수백 개의 아이디를 제작해 경쟁업체 강사들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 온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에 가상사설망(VPN)을 설립하고 우회 접속하는 방법을 사용해 경쟁업체와 자신이 속한 학원 강사를 비난하기 위해 댓글을 조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학원가에서는 암암리에 이어지고 있는 댓글 조작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라이벌 구도의 강사나 학원을 비방하는 댓글을 달아 여론을 몰아가는 게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었다. 관행처럼 계속돼 오고 있었던 것이지만 이번을 계기로 불법 행위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런 댓글 조작은 강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관습이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 크다. 소위 '1타 강사'라고 불리는 유명 강사들은 수십억대의 연봉을 받는다. 수강생이 많을수록 연봉을 더 많이 받는 시스팀인데다 강의를 선택하는 수험생은 강의 관련 리뷰나 커뮤니티 등의 입소문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밖에 없어 강사들은 댓글 같은 반응에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된다.

때문에 강사들 중에는 강의 도중에 타 강사를 비방하거나 자신의 강의와 관련한 리뷰를 조작하는 강사도 많다. 학원가에서 박 씨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실 이와 관련된 댓글 조작 사태는 지난 2019년 6월 강사 출신 유튜버 삽자루(우형철)에 의해 한 번 공론화 된 바 있다. 삽자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of the 팡일, by the 팡일, for the 팡일'이라는 제목의 영상게재했다. 여기서 '팡일'은 박광일 씨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박 씨가 차명 아이디를 만들어 경쟁 강사들을 비방하고 있다는 게 영상 속 주장의 내용이었다. 

영상이 게재된 후 논란이 계속되자 박 씨는 입장문을 내고 "수험생 여러분께 큰 죄를 지었다. 모든 것이 오로지 제 책임"이라면서도 "2020학년도 대입 수능시험 강의까지는 마무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후 박 씨는 온라인 강의만을 해오며 '1타 강사' '대치동 4대 천왕' 등으로 불리며 명성을 이어왔다.

한 차례 논란이 불거졌지만 박 씨가 이처럼 계속 수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경찰 수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사과문의 태도와는 달리 댓글 조작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같은 혐의를 받았던 직원들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박 씨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진술해 결국 박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직원들 외에도 박 씨가 댓글 조작에 가담했다고 판단했고 18일 박 씨는 구속됐다.

결국 이러한 사태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강의를 듣고 있던 수험생이다. 

대성마이맥 홈페이지 갈무리

19일 박 씨가 소속된 대성마이맥은 자사 인터넷강의 홈페이지에 게시된 박 씨의 강의를 폐쇄하고 관련 강좌를 구매한 수강생에게 조건 없는 환불을 약속했다.

이날 대성마이맥은 입장문을 통해 "국어영역 박광일 가사가 2019년 6월 사건으로 구속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정상적인 강좌 제공에 차질이 생긴바 보상 및 대책 방안을 세웠다"며 "박광일 강사의 교재와 강좌를 구매한 수강생에게 조건 없이 전액 환불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성마이맥 19패스 구매회원 모두에게 이감 모의고사 전 회차(10회분)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박광일 강사의 콘텐츠 제공을 잠정 중단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 씨의 구속 여파로 20일 '대성마이맥'을 운영하는 디지털대성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디지털대성은 오전 10시 기준 전장보다 340원(4.46%) 떨어진 72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장보다 1.18% 떨어진 754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장중 하락 폭을 벌리는 모습이다. 디지털대성은 전날도 전 거래일보다 2.30% 떨어진 7630원에 거래를 마쳐 이틀째 약세 흐름을 보였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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