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늘면서 증시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국내 증시(코스피)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도 계속 늘고 있어 증시과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빚투'란 개인투자자들이 신용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을 활용해 본인의 여유자금이 아닌 빚을 지고 주식을 사는 투자를 말한다.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국내 증시의 상승장과 함께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도 계속 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의 신용대출을 규제하는 등 가계대출 증가를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시중 증권사들 역시 최근 주식 매수를 위한 신용융자 제공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나섰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전날 기준 21조304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10조938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0조917억원이 신용거래융자 잔고로 집계됐다.

작년 말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9조 221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달도 안되는 사이 무려 2조원 가량이 늘어난 셈이다. 올해 들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8일까지 매일 증가세를 보였다. 이후 19일과 20일 소폭 감소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21조원 이상을 기록 중이다.

올 들어 코스피 지수가 한때 3260포인트를 넘어섰던 것을 감안해도 과한 수준이란 진단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11일 장중 한때 3266.23포인트까지 올랐으나, 이후 하락 반전해 18일엔 3000선 부근까지 밀렸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는 19일부터 다시 사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지수 등락과 함께 과도한 빚투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단기간 주가 급락이 나타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신용융자 자금을 활용해 매수했던 주식에 대한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신용융자) 주식을 매수할 경우, 일정한 기간 내에 빌린 자금을 증권사에 갚아야 하는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투자자가 신용융자로 매수한 주식을 강제적으로 매도해 해당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또한 증권사는 신용융자를 제공하면서 해당 고객의 주식계좌를 담보로 잡는데, 이 담보의 가치가 일정비율 이하로 떨어질 경우 신용융자 주식을 매도한다.

이를 반대매매라 하는데, 반대매매의 경우 통상 익일 증시 개장과 함께 하한가에 매도 주문을 내기 때문에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로 올 들어 국내 증시의 반대매매 규모는 일 평균 23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달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인 173억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작년 한 해 평균 일간 반대매매 금액은 200억원을 넘긴 적이 없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의 빚투 규모가 금융투자업계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클 것이란 점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개인투자자의 은행 신용대출, 담보대출 등을 감안하면 실제 빚투의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

주식 매수 등을 위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67조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작년 말 65조5000억원 수준이던 투자자예탁금은 현재 67조3000억원 규모로 늘었다.

한편, 이 같은 빚투 증가로 인해 시중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신용융자 제공 중단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증권과 대신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최근 신규 신용융자 제공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미래에셋대우도 주식을 담보로 한 신규대출을 중단키로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도 "만약 증시 상승세가 꺾이거나 변동성이 커질 경우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신용융자 비율이 높은 주식의 경우, 주가 하락이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다시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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