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이익공유제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관치금융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정부 여당과 일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이익공유제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올린 기업들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의 이익공유제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관치금융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부터 착한 임대인 운동은 물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한국형 뉴딜 투자참여 등 상당한 규모의 이익을 이미 공유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은행회관 회의실에서 국내 5대 금융지주(신한·KB·하나·우리·NH농협) 회장단을 비롯한 금융권 주요인사와 더불어민주당 핵심인사들이 만났다. 이는 코로나19 위기극복과 K-뉴딜 활성화를 위한 민간참여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자리다.

이날 간담회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김진표 의원(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과 윤관석 의원(정무위원장), 유동수 의원(정책위 수석부의장), 김병욱 의원(정무위 간사), 홍성국(정무위원) 의원 등 당내 핵심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이날 만남의 주요 안건은 K-뉴딜 활성화였다. 앞서 지난해 9월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K-뉴딜 추진에 필요한 펀드 조성 방안 등이 논의된 데 이어 후속 의견을 나눴다.

김진표 의장은 이 자리에서 "현 정부의 남은 1년 4개월 안에 한국 경제가 선도 경제로 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려면 금융시장에서 민간 투자자금이 얼마나 빨리 K-뉴딜 주도 기업과 혁신기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에 들어가느냐가 관건"이라며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정책은 다 수립했으니 '혁신기업 1000' 프로젝트와 K-뉴딜 펀드에 어떻게 하면 자금이 더 들어갈 수 있을지 잘해나가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또 "'K-유니콘 육성전략'을 미국 등에서는 국회가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하는 일"이라며 "누구보다 리스크 평가를 잘하고 투자하는 곳이 금융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금융권에 대한 정책참여 요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앞서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가진 정책조정회의에서 "코로나19 국면에 금융권은 최대 실적을 올렸다"면서 "은행권이 상생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수혜를 입은 IT 플랫폼기업들에 대해 이익공유제 참여를 요청하려 하고 있으나,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우아한형제들과 같은 플랫폼기업과의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기업 측의 거절로 무산됐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플랫폼기업들과 만날 것이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대표는 이날 금융위원회와 만났다. 이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이 대표는 신동근 최고위원(민주당 소확행위원회 위원장)과 김태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만나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금융권이 더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측은 금융위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만기 연장기간을 현행 3월말에서 올해 연말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에 금융위는 금융권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여당과 금융감독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 말 코로나19 이후 위기에 대비하라며 주주배당을 줄이고 이익금을 유보할 것을 요구하던 금융당국의 입장이 하루 아침에 뒤집혔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이후 경제상황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를 해봤더니 L자형 상황에서 일부 금융지주사 마저 (스트레스테스트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면서 연말배당을 줄이고 리스크관리에 힘 써 줄 것을 주문했다.

실제로 국내 4대 금융지주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이익 증가를 이뤄내며 실적방어에 성공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자금 확대와 원금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등으로 인해 대출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상환을 유예한 대출 원리금이 1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부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 참여와 K-뉴딜 참여 등으로 막대한 자금이 유출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익공유제 참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시장경제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며 "만약 이익공유제가 실시된다면 이는 명백한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침해로, 경영진에 대한 형법상 배임죄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만약 은행 등 금융업이 규제산업이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지도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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