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범죄 교사 처벌에 대한 문구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성폭력 또는 성매매 징계를 받은 교사를 담임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한 개정 교육공무원법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 일선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근 교육계에 따르면 각 학교에 6월 2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교육공무원법의 내용을 담은 공문이 배포됐다. 성희롱 등 성비위를 저지른 자는 징계를 받은 이후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범위에서 각 반의 담임으로 배정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이후 각종 SNS에서는 일선 교사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국민신문고나 교육부에 민원을 넣을 수 있도록 독려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담임업무는 교직 기피업무라는 점에서 벌칙이 아닌 사실상 배려이자 특혜라는 이유에서다. 한 중학교 교사는 트위터를 통해 "성범죄는 범죄대로 하고 직장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됐다"며 "이건 징계가 아닌 배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SNS 이용자 역시 "교직에서 담임 배제는 파면이 아닌 상이나 다름 없다"며 "승진 준비하라고 배려해준 셈"이라고 비난했다.

이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성 비위를 저지르고도 교단으로 복귀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일부는 담임을 맡아 피해학생과 접촉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성범죄클린학교법' 패키지 법안 중 하나로 마련됐다.

당초 발의된 법안에는 5년에서 10년이라는 기간이 명시되지 않았으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국회 교육위원장 대안으로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됐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 2018년 학교 내 성폭력을 폭로한 '스쿨미투' 당시 학교 내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 48명 중 75%에 달하는 36명이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계속 교단에 선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을 분리하는 조치를 실시하지 않는 학교도 있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서울시교육청에 정보공개를 요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쿨미투에 연루된 교사는 고등학교 16개교 42명, 중학교 4개교 6명 등 총 20개교 48명이다. 연루된 교사 39명 중 공립학교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사립학교는 법인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3명은 파면, 8명은 해임, 11명이 정직 처분을 받았다. 경징계는 감봉 7명, 견책 10명으로 나타났는데 계약직 교사 중 2명은 계약해지됐다. 퇴직자 2명은 '퇴직 불문'에 따라 징계를 받지 않았지만 성폭력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아무런 징계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영상고 교사 1명이다.

문영여자중학교와 예일여자고등학교, 용화여자고등학교,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 잠실여자고등학교, 정신여자고등학교, 정의여자고등학교 등은 '스쿨미투'로 정직 이상 중징계처분을 받은 교사의 직위를 해제하지 않았다.

또한 서울외국어고와 명지고는 가해교사를 피해학생으로부터 분리하는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외국어고 4명은 교사가 감봉과 정직, 견책 등 징계를 받았으나 학교는 수업 결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해당 교사에게 수업을 계속 맡겼고 피해자도 가르치도록 했다. 명지고는 피해 학생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결국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법 개정 취지를 살리는 것은 좋지만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실용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의원입법 과정에서 이미 고려된 우려 사항이기 때문에 법 개정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선 현장에 적용한 뒤 추후 보완책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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