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이어 가계 대출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정부가 연이어 강력한 가계 대출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주댁담보대출에 대한 강한 규제에 이어 개인 소비자들의 신용대출 한도에 대한 제한에 나섰다.

또한 최근엔 개인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 분할상환 의무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정부 규제가 현실화되기전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창구로 몰려들었다. 실제로 이달 시중 주요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개설 건수가 작년 연말보다 2배 가량 급증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개인고객들의 신용대출에 대해 원금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마이너스통장으로 불리는 한도대출 상품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과도한 투자에 나서는 일명 '빚투'의 확산을 경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시중은행 임원들을 긴급 소집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의 영상회의를 통해 은행들의 개인 신용대출 상황을 점검하고 "월별 가계대출 목표치 및 총량관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해왔던 금융당국이 이제는 주식시장 과열까지 관리하고 나선 셈이다. 국내 증시는 작년 하반기부터 강세를 이어왔으며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3200선을 넘어섰다. 이날도 코스피는 2% 가량 급등하며 3208.99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금융당국이 연이어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한발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을 통한 신규 신용대출은 3만여건을 넘어섰다. 이달 중 새롭게 개설된 마이너스통장은 하루 평균 2000건이 넘었다. 이는 작년 말 기준 하루 평균 1000건의 2배 수준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과도한 은행 대출 규제가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등 정작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을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의 지속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종사자 등은 지속적으로 자금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들의 은행대출이 힘들어 질 경우, 보다 높은 이자를 지불해야만 하는 보험사나 카드사,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다. 작년 말부터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위는 다음달까지 금융권의 의견 수렴과 정책 대안 검토를 거쳐 오는 3월 중 이를 종합한 가계대출 관리 세부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차주 단위 전환, 신용대출 분할상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세부 방안을 준비중이다.

특히 이번 가계대출 관리 방안은 차주가 자신의 상환 능력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을 받도록 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위는 현행 금융기관별 DSR 관리방식을 점진적으로 차주 단위로 전환할 방침이다.

다만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신용대출 원금분할 상환 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시기 등이 전혀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역시 신용대출 원금분할 상환 논란과 관련해 "가계대출이 늘어나니 큰 틀에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누가 고액(대상)인지, 부담이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금융권과 서로 생각해볼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당국의 행보가 시장(기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 생활 안정화 등을 위해 어느 정도 대출을 규제할 수는 있지만, 정부(금융당국)가 가계의 생활 전반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관리해 줄 수는 없다"면서 "은행과 소비자들의 선택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은 보장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금융시장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며 "당국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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