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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최지연 기자] 지역 4년제 대학의 정원 미달로 운영에 어려움이 심각해진 가운데 전문대학에서도 정원 미달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운영의 대부분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 전문대는 재정난 악화 속도가 빨라졌고 존폐 위기로까지 확대됐다.

최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연구소가 내놓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전문대학 체제 혁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학년도 입시 결과 134개 전문대학 중 57.8%인 77개 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고3 수험생의 대입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정원 미달 사태는 지역별로도 격차가 크다. 2020학년도 입시에선 서울과 인천을 제외한 전문대 대부분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미충원 인원의 85%가 지방대에 집중됐다. 특히 부산 지역 전문대는 정원 내 1만492명을 모집하는데 9008명만 등록해 정원 내 충원율이 85.9%에 그쳤다. 충북은 87%, 충남은 89%로 다른 지역도 대부분 충원율이 90%를 밑돌았다.

해당 연구에서는 2021학년도 입시에 모집 정원 대비 5만여 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충남 54.64%, 대전 55.52%, 부산 59.49% 등의 모집 정원 충원율이 60% 이하로 떨어진다고 전망된다. 3년 뒤 2024년 상황은 더 심각하다. 12만4000여 명의 입학생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21학년도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 결과 주목받던 지역 주요 전문대학도 신입생의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경남정보대는 정시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33개 학과의 경쟁률이 1.56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4.76대 1과 비교하면 급감한 수치다. 동의과학대도 전체 경쟁률이 1.1대 1로 지난해 4.1보다 급격히 떨어졌다. 9개 공학계열 학과 중 경쟁률이 1대 1을 넘은 곳은 한 곳도 없다.

강원도 내 전문대 8곳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2.5대 1보다 크게 하락한 1.59대 1을 기록했다. 강원관광대는 모집인원 14명에 83명이 지원해 5.93대 1로 가장 높았지만 한림성심대 2.79대 1, 송곡대 2.04대 1, 송호대 1.25대 1, 강릉영동대 1.17대 1을 나타냈다. 강원도립대(0.94대 1), 세경대(0.76대 1), 한국골프대(0.57대 1) 등 3곳은 경쟁률이 1대 1에도 미치지 못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보였다.

정시 모집에서는 수험생 1인당 총 세 번의 원서를 낼 수 있어 입시 전문가들은 경쟁률이 3대 1에 못 미치는 곳을 미달로 간주한다. 다른 대학에 중복으로 합격한 학생이 빠져나가는 것을 고려하면 모집 정원의 3배 이상이 지원해야 학생을 안정적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경쟁률 3대 1에 미치지 못한 대학 중 상당수가 추가로 충원 모집을 했지만 100% 충원에는 실패했다. 

이처럼 지역 주요 전문대학의 정원 미달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험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에 4년제 대학 선호 현상까지 더해져 전문대 지원 자체가 감소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입시 홍보를 직접 할 수 없어 경쟁력 있는 학과를 홍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도 주요 이유다.

이런 전망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2010년에 발표된 전문대 미래예측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전문대의 적정 존속 학교 수는 82개로 예측됐다. 현재 전국 전문대가 134개인 점을 감안하면 40% 가량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한 등록금 수입 감소로 전문대의 재정 여건이 악화해 전체 등록금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08년 45.4%에서 2018년 65.1%로 급증했다. 가용 재원이 부족해지면서 실험 실습 기자재 구입비는 같은 기간 1206억 원에서 43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3월 개강을 앞두고 각 전문대학은 다음 달 말까지 자율 모집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질지는 미지수다.

 

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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