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탑의 주가가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뉴욕 증시 상장사인 게임스탑의 주가가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게임스탑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17배 가량 올랐다. 이 같은 주가 급등은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수에 따른 것으로, 일부 헤지펀드의 공매도 공격에도 불구하고 주가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년 한해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동학개미'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듯, 이번엔 미국판 '동학개미'인 '로빈후드'의 승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로빈후드'란 미국 내 개인투자자들을 지칭하는 단어로,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로빈후드'라는 주식투자 앱을 주로 사용하는데서 따온 말이다.

다만 게임스탑의 주가 급등세엔 '로빈후드'의 힘 외에도 국내와는 다른 공매도 제도 역시 큰 몫을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게임스탑 주가는 전일대비 199.53달러(134.84%) 오른 347.51달러에 마감됐다. 작년 말 게임스탑 주가가 18.84달러 마감된 것과 비교하면, 17배 이상 오른 셈이다. 게임스탑 주가는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번 주에만 무려 430% 이상 주가가 올랐다.

게임스탑의 주가 급등을 주도한 것은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다. 지난 13일 행동주의 투자자인 라이언 코언이 게임스탑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날 하루에만 무려 57% 이상 주가가 급등했다. 코언은 기존에 오프라인 중심인 게임스탑의 사업모델을 스트리밍 서비스 등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SB) 토론방에 모인 개인투자자들이 화답하며 주식 매수에 나섰다.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수로 인한 주가 급등을 목격한 일부 헤지펀드들은 게임스탑의 기업가치에 비해 과도한 주가 수준이라고 판단, 대량 공매도에 나섰다. 13일과 14일, 이틀 연속 주가 급등세를 보였던 게임스탑 주가는 이로 인한 15일 하루 동안 11% 가량 주가가 빠졌다.

그러나 헤지펀드의 공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강력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게임스탑 주식을 사들였으며, 이에 게임스탑 주가는 하락 하루만에 다시 상승 반전에 성공, 19일 다시 11% 가량 주가가 올랐다. 이어 20일엔 주가가 0.6% 하락했으나 21일부터 5거래일 연속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엔 테슬라 창업자인 엘론 머스크가 등장, 개인투자자들에게 힘을 보태는 메시지를 남겼다. 과거 테슬라 공매도 세력의 숱한 공격을 받은 바 있는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트윗을 남겼다. 스통크(stonk)는 '맹폭격'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최근 게임스탑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집중매수를 응원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머스크의 메시지에 힘을 받은 덕분인지, 27일 게임스탑 주가는 무려 135% 이상 급등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집중 매수로 주가 급등세가 이어지며 막대한 손실 위기에 몰린 헤지펀드 중 일부는 급히 주식을 다시 사들이며 공매도 물량 회수에 나섰다. 이 같은 일부 헤지펀드의 숏 커버링으로 인해 게임스탑 주가의 상승세는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일부 외신은 이번 게임스탑 주가 급등으로 인해 공매도 세력의 손실이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헤지펀드들은 추가적인 공매도에 나서며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게임스탑은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 대결 구도의 상징"이라며 "(게임스탑) 주가는 올 초 18.8달러에서 실적 개선 기대에 2배 상승했는데, 시트론이라는 기관이 다시 20달러로 하락해야 한다고 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대동단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매도로 인한 손실은 이론상 무한대가 될 수 있다"며 "헤지펀드가 손실을 확정하려면 게임스탑 주식을 사야 하는데 숏 베팅 규모의 8배나 되는 현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이면엔 국내와 다른 미국의 공매도 제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엔 공매도 후 상환기간이 없지만, 미국은 상환기간이 있어 공매도 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를 경우, 무한정 기다릴 수가 없고 손실을 확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에선 공매도시 사실상 증거금이 없어 소정의 이자비용만 물면 되지만, 미국의 경우엔 50% 수준의 증거금이 필요해 공매도 세력의 자금력에 따른 공매도 물량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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