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김연경(맨 왼쪽)이 항의하고 있다. /KOVO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020-2021시즌 프로배구 V리그에서 판정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배구연맹(FIVB)과 한국배구연맹(KOVO)이 적용하는 룰이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우선 지난 24일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전에서 불거진 ‘포지션 폴트’ 판정 문제가 첫 번째 상황이다. 국제배구연맹은 서브를 넣는 선수가 공을 때리는 순간을 선수들의 이동 시점으로 규정하는데 반해 V리그에서는 서버가 토스를 할 때부터 자리바꿈을 허용한다. V리그에서는 일종의 로컬룰을 적용하는데, 당시 신영철(57) 우리카드 감독과 심판진이 몇 차례 대립했다.

김건태(66)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은 26일 포지션 폴트 규칙 설명회에서 "로컬룰에 따르면 (우리카드가 제기한 4차례 판정 중) 3개 판정은 모두 오심이다. 그런데 국제배구연맹의 규정을 적용하면 오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확히 말하면 로컬룰과 국제룰의 괴리가 만든 논란이다. 파울 아닌 파울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흥국생명-GS칼텍스전에서도 판정 논란이 일었다. 3세트 9-5 상황에서 김연경의 밀어 넣기 공격이 터치아웃으로 판정되자 GS칼텍스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후 감독관들은 GS칼텍스의 손을 들었다. 블로커에게 맞은 공이 마지막 순간 다시 김연경의 손에 맞고 나갔다는 판단이다.

쟁점은 블로커와 공격수가 동시에 네트 위 뜬 공을 놓고 다투다가 터치아웃 됐을 때 어느 쪽의 득점을 인정하느냐였다. 김연경은 11년간의 해외리그 경험을 떠올리며 국제배구연맹의 규정대로 공격자의 득점 인정을 주장했다. 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결과는 다시 바뀌지 않았다.

김연경은 경기 후 "로컬룰이 있는지 몰랐다. 국제대회나 해외리그는 공격자 우선으로 규칙을 적용한다"고 아쉬워했다.

김건태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본부장이 26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KOVO 사무국에서 지난 24일 우리카드-한국전력전에서 나온 포지션 폴트 판정 논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일들로 로컬룰의 효과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V리그 로컬룰은 애초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기 위해서 도입됐지만, 실제로 그러한 효과를 내는지와 관련해서는 의문 부호가 달리고 있다. 최근 논란들과 같이 현장에서는 오히려 혼란이 빚어졌다. 일각에서는 V리그의 재미를 반감시키며 나아가 한국 배구의 국제적 경쟁력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건태 경기운영본부장은 "국제배구연맹과 한국배구연맹 규정의 괴리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올 시즌까지는 로컬룰을 따라야 할 것이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국제배구연맹의 규정을 따르는 게 좋을 것 같다"며 "로컬룰을 따르면 국제무대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중·고교 선수들과 지도자들까지 로컬룰을 기본 규정으로 알고 있을 경우 더 큰일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이번 시즌 후 로컬룰에 관해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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