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업 한계, 신약 창출 어려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극복
제약 바이오 업계가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가 신약 창출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바이오벤처 등과 협력을 통해 시장의 빠른 흐름을 파악하고 아이디어와 기술 공유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신약 후보 물질 탐색에 대한 시간과 비용, 위험성을 줄일 수 있어 신약개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한계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을 모색할 수 있는 해법으로 주목된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의 제약업계 동향 분석에 따르면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을 적용하면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기존 폐쇄형 모델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승인받은 신약 중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개발 성공률은 34%로 기존 회사 내 R&D(연구개발)에서 탄생한 신약 개발(폐쇄형 모델) 성공률 11%에 비해 높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과 영국 아박타사가 함께 만든 조인트벤처 ‘아피셀테라퓨틱스’가 8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아피셀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과 아박타사가 기능강화 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할 목적으로 양사의 기술 라이선스를 부여해 작년 2월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대웅제약의 줄기세포 플랫폼(DW-MSC)과 영국 아박타사의 아피머(Affimer®) 기술을 융합해 유효성을 높인 차세대 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아피셀테라퓨틱스는 이번 투자를 통해 개발중인 치료제의 전임상 시험을 조기에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신약은 염증 및 자가면역질환, 장기이식 거부반응 등을 일차적 목표로 개발하되 추후 적응증을 확대해갈 예정이다.

앞서 대웅제약은 지난해 12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신약개발 전문기업 ‘아이엔 테라퓨틱스’를 신규 설립하기도 했다. 아이엔 테라퓨틱스는 대웅제약의 이온 채널 신약 개발 플랫폼 및 Nav1.7 비마약성 진통제, 난청치료제, 뇌질환 치료제를 스핀아웃(분사)한 바이오텍이다. 유망 신약 파이프라인 법인화를 통해 R&D 유연성을 확보하고, 빠르게 성과를 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27일 에이프릴바이오와 전략적 연구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공동 신약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유한양행 제공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의 경우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비임상 직전 단계였던 폐암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임상을 진행했다. 이후 얀센에 기술수출하고 국내에서 조건부허가(31호 국산신약)를 받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유한양행은 최근 항체 전문기술을 보유한 에이프릴바이오와 전략적 연구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공동 신약개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특히 유한양행은 에이프릴바이오의 독자적 플랫폼 기술인 항체라이브러리 기술과 지속형 SAFA기술 등을 사용해 다양한 치료제 영역에서 글로벌 혁신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이프릴바이오가 보유한 SAFA 기술은 재조합 단백질의 반감기를 증대시키고 유용한 재조합 항체 의약품을 제작하는 항체 절편 활용 플랫폼이다.

유한양행이 올린 굵직한 기술수출 성과들도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도입이 기반이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7월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디스크치료제 'YH14618'을 기술수출 한 이후 ▲렉라자(얀센)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길리어드사이언스) ▲YH25724(베링거인겔하임) ▲위장관 질환 치료제 'YH12852'(프로세사 파머수티컬) 등 총 5건의 주요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이 가운데 3건이 바이오벤처로부터 기술 도입 해 개발한 물질들이다.

SK케미칼 전경. / 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은 최근 AI(인공지능) 전문업체와 협업을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의 첫 성과를 발표했다.

SK케미칼은 스탠다임의 AI플랫폼 기술을 이용한 공동연구를 통해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 물질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고 지난달 7일 밝혔다.

SK케미칼은 지난 2019년 오픈 이노베이션 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내부에 축적된 신약 개발의 역량을 기반으로 더욱 다양한 후보물질을 효과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국내 유수의 빅데이터 연구진 및 AI전문업체들과 손을 잡고 신약 개발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같은 해 7월 AI기술을 이용한 신약 개발의 선두주자인 스탠다임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SK케미칼은 비알콜성 지방간과 류머티스 관절염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제 발굴에 착수했으며, 1년여 간의 노력 끝에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 물질에 대해 특허 출원했다. 이번 특허 출원은 SK케미칼이 AI회사와 공동연구로 이뤄낸 첫 성과다.

JW바이오사이언스도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진단사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JW생명과학의 자회사인 JW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18일 싱가포르 소재 분자진단 전문기업인 원바이오메드와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JW바이오사이언스의 투자금은 원바이오메드의 차세대 분자 진단기기와 시약 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원바이오메드는 지난 2015년 싱가포르 과학기술청에서 스핀오프해 설립된 기업이다. 실리콘 광소자 센싱 기술과 시료 전처리, 유전자 추출, 타겟 증폭, 신호 측정 등 현장진단 분자 검사 장비 개발에 필요한 첨단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공항, 검역기관, 의료기관 등의 사용 환경을 고려해 제품을 자동화·소형화하면서,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바이러스를 비롯해 폐렴, 성병 등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검사 카트리지와 장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JW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기존 면역화학, 임상화학 진단 분야에서 분자 진단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 협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통해 “업계는 개별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과 함께 융복합·첨단의약품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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