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공매도 1위 셀트리온, 반발 매수로 주가 급등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며 홍보버스를 운행키로 했다./한투연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게임스톱'의 주가 급등 이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반대 운동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게임스톱은 일명 '로빈후드'라고 불리는 미국 내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일부 헤지펀드의 공매도 공격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최고 1700% 가량 급등세를 보였다.

작년부터 국내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며 '동학개미'라는 별칭을 얻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비판 받는 공매도 제도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금융당국에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며, 오는 3월 공매도가 재개되면 게임스톱 사례처럼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힘을 모아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투연은 우선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이날부터 내달 5일까지 서울 여의도에서 광화문 일대를 왕복 운행시키며 공매도 폐지를 위한 홍보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오는 3월 국내 증시의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공매도 잔량이 가장 많은 종목인 셀트리온(코스피 시장)과 에이치엘비(코스닥)를 시작으로, 미국의 게임스톱 사례처럼 해당 종목 개인 주주들과 연대해 공매도 세력에 맞서는 운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한투연은 추후 이 같은 주주 운동을 다른 종목으로도 확산시킬 계획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게임스톱 사례에서 큰 역할을 한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대화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처럼 “‘K스트리트베츠’ 운동을 펼치겠다”며 “미국처럼 공정한 주식시장에서도 현재진행형 혁명 같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처럼 썩을 대로 썩은 주식시장은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공매도 세력만의 리그를 해체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내 공매도 제도에 반감을 가진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공매도 금액 1위 종목인 셀트리온에 관한 포스팅을 최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소장 김다솜)가 지난 1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뉴스와 커뮤니티, 블로그, 유튜브, 페이스북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셀트리온 + 공매도' 키워드와 '셀트리온 + 동학' 두 조합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게임스톱이 이슈화된 1월 27일 이전 '셀트리온 + 공매도' 포스팅 수는 일별 127~251건에 그쳤으나, 27일 이후엔 최소 316건에서 최대 623건으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었다.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셀트리온 매수 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제공

특히 휴일인 1월 30일에는 최대 포스팅수를 기록했다. 이는 '셀트리온 공매도' 포스팅 수와 셀트리온 공매도 세력에 대한 동학개미의 '반(反)공매도' 흐름을 측정하기 위한 것으로, 셀트리온 공매도 세력에 대해 게임스톱 처럼 매수 운동을 펼치자는 포스팅의 핵심 키워드들인 '셀트리온 + 동학(反공매도, 개미, 운동 키워드 등 포함)' 포스팅 수는 1월 26일 이전엔 17~52건에 그쳤으나, 게임스톱이 이슈가 된 27일엔 480건으로 일 평균 대비 10배 이상 폭증했다.

다음 날인 1월 28일에도 95건을 기록했으며, 휴일인 1월 30일에는 185건으로 더욱 늘어 셀트리온 매수 운동이 확산할 조짐을 보였다.

특히 네이버금융, 팍스넷, 씽크풀 등 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SNS에서 투자자들은 "미국 게임스톱에서 시작된 ‘반(反)공매도 운동’의 불씨가 한국으로 옮겨붙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공매도 제도 폐지를 주장해온 국내 투자자들은 셀트리온을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만들겠다"며 여론확산에 나선 모습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두 키워드 조합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다. '셀트리온 + 공매도' 키워드 조합의 경우 긍정률이 10.1%에 그친 반면 부정률은 무려 52.5%에 달했다. 셀트리온 공매도에 대해 예상보다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면 '셀트리온 + 동학' 키워드 조합의 경우 긍정률은 42.8%인데 비해 부정률은 30.4%에 그쳐 긍정률이 부정률 보다 훨씬 높았다. 사실상 反공매도 운동에 대해 내심 반기거나 동조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국내 상장 주식 중 공매도 금액 톱10 종목은 지난 1월 27일 기준 ▲셀트리온(2조1463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262억원) ▲에이치엘비(3138억원) ▲삼성전자(2851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2291억원) ▲케이엠더블유(2177억원) ▲현대차(2023억원) ▲LG화학(1544억원) ▲넷마블(1521억원) ▲LG디스플레이(1482) 순이다.

셀트리온의 공매도 금액은 2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보다 무려 6.57배나 많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의하면 셀트리온 공매도 주체는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메릴린치 인터내셔날, 모간 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 등이다.

김희정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이사는 "한국의 경우 '없는 주식을 고가에 팔아 주가를 떨어뜨린후 줍줍해서 이익 챙기는 공매도 제도'가 개인 투자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돼 있다"면서 "공매도 폐지가 어렵다면 △증거금 제도 보완 △공매도 기간 제한 △보고 요건 강화 △개인 대주 제도 활성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실제 증시에서도 셀트리온에 대한 반발 매수세가 집중됐다. 이날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4만7000원(14.51%) 급등한 3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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