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정경은(오른쪽)이 2021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2021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 심사 의혹을 규명해 주십시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전 배드민턴 국가대표 정경은(31·김천시청)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정경은은 지난달 29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의혹을 제기하는 청원글을 게재했고, 1일 오후 5시 기준 4000여의 동의를 얻었다. 정경은은 "국가대표선발전은 더욱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은은 현재 백하나(21·MG새마을금고)와 함께 짝을 이뤄 여자복식 세계랭킹 10위에 올라 있다. 2019년 덴마크오픈에서 우승하는 등 꾸준히 기량을 유지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 18~23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지만 태극마크를 거머쥐지 못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올해 복식 여자선수 12명에게 태극마크를 부여했다. 이 중 7명은 세계랭킹이 높거나(8위 이상) 올림픽 출전 가능성이 높아 지난해에 이어 자동으로 태극마크를 유지했다. 여자복식 세계랭킹 4위 이소희-신승찬, 6위 김소영-공희용, 9위 장예나-김혜린, 혼합복식 세계랭킹 6위 채유정(인천국제공항)이 선발전 면제를 받았다. 장예나-김혜린은 세계 7위인 일본 팀(마쓰토모 미사키-다카하시 아야카)이 은퇴하면서 8위로 올라설 것이 유력하다는 이유로 선발전을 치르지 않았다. 
 
정경은-백하나는 선발전에서 5위 안에 들어야 국가대표 자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백하나는 선발전을 3위로 통과하면서 태극마크를 지킨 반면 정경은은 5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불거졌다. 정경은은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 중 내정자가 있었다는 듯한 소문이 돌았고, 해당 선수가 실제 최종 명단에 포함됐다 '부정 선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대회가 진행 중이던 모 심사위원이 특정 선수를 거론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전해들었다"며 "이미 특정팀 선수의 선발이 정해진 듯한 발언으로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6명의 심사위원 중 3명은 선발전에 참가한 선수들의 지도자들이었다"면서 "심사위원 구성 자체도 공정한 심사를 저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경은은 또한 "최종명단이 발표되기 전 모 선수에게 선발된 선수 명단을 전해 들었는데 실제 발표된 명단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정경은이 지난달 29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시한 국가대표 선발 의혹 청원글. /국민청원 캡처

선발전에서 단식은 참가 선수 간 리그전 성적으로 국가대표를 정한다. 복식은 리그전 성적 50%, 심사위원 평가 50%를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정경은은 "승률이 높아도 평가점수로 얼마든지 부정과 조작이 가능하다"며 "선수들은 본인의 승률 외에는 선발기준도 모른 채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 깜깜이 선발시스템이다”고 비판했다. 
 
정경은은 리그전에서 9승 4패를 기록해 공동 7위를 마크했다. 하지만 7승 7패를 기록한 선수가 심사위원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최종 5위 안에 포함됐다. 평가 점수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정경은은 "심사위원 구성에 대한 제도적인 규정안을 마련해 더 피해를 보는 선수가 없기를 호소한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억울하게 탈락한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기를 간청 드린다"고 강조했다. 또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 심사위원을 징계하고 선발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알권리를 위해 평가항목, 세부 채점 기준, 심사위원 자격요건, 심사위원 명단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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