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매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형 기자] 최근 미국 비디오게임 유통회사인 게임스톱(Gamestop)을 두고 공매도 공방이 이뤄졌다. 미국 게임스톱이 촉발한 주식 공매도 전쟁이 국내에서도 옮겨붙을 조짐이 보이면서 주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가격이 내려가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기법을 뜻한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내는 구조로, 과열된 종목 가격을 조정하고 거래가 없는 종목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이 있다. 반면,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고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하다.

◆ ‘게임스톱’ 주가 급등

지난 1월 초 비디오게임 전문 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의 주가는 주당 17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불과 한 달 만에 3백 달러 선으로 올라서면서 전 세계 금융권을 뒤흔들었다.

매점을 통해 게임을 판매하는 게임스톱은 실적이 좋거나, 미래 사업성이 기대돼 주가가 오른 것이 아니다. 기관 투자자의 공매도 정황이 노출되면서 인터넷 등 여론이 모이면서 개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것이다.

헤지펀드가 공매도해서 주가를 낮추면 개인이 사들여 주가가 내려가지 않기를 반복하는 등 주가를 놓고 헤지펀드와 개인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월가에 대한 반감까지 겹치면서 공매도 반대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공매도 반대를 주도한 개인 투자자 '키스 질'은 수백억 원을 손에 쥐는가 하면 공매도에 나섰던 기관 투자자는 큰 손해를 보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극단적인 경우로 연쇄적인 금융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셀트리온, 한국판 게임스톱?

미국 게임스톱 사태로 촉발된 ‘공매도 전쟁’이 한국에서도 이어 붙은 형국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판 게임스톱’으로 지목한 셀트리온의 주가가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4.51% 폭등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일 현재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금액은 2조598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종목 중 가장 많았다. 삼성전자 (3천136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3천10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관투자 중심의 시장이 균형을 찾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비이성적 과열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앞서 한국 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와의 전쟁을 공식 선언하면서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공매도 잔고 금액이 많은 셀트리온, 에이치엘비의 주주와 연대할 뜻을 밝혔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대화방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을 중심으로 헤지펀드와 공매도 전쟁을 한 것처럼 ‘kstreetbets(KSB)’ 사이트를 개설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지금 당장 (매수를) 하겠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라며 "우선 개인 투자자 세력을 결집해서 회원들의 의사를 타진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에 대해서 현실화가 가능할지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확실히 국내 투자자들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다양한 그룹 활동을 통해 훨씬 조직화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은 미국과 공통적인 현상”이라며 “국내에서도 공매도가 재개되면 게임스톱과 비슷한 현상이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미국은 (펀드 매니저들이) 남의 돈으로 몇천억 원씩 버는 월가 자체에 대한 분노와 함께 공매도가 과도하고 시세를 조정하는 데 대한 응징의 성격도 강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공매도 규모도 크지 않고 기관 투자 문화가 헤지펀드처럼 공격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들이 미국처럼 응집하는 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관 매니저에 대한 분노보다는 (공매도로) 가진 주식의 주가가 내리는 것을 염려하는 성격이 더 강한 것 같다”고 했다.

또한, 공매도와 전쟁을 선포한 개미 투자자들이 이번에는 ‘제2의 게임스톱’으로 은을 지목하면서 은 가격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식 시장에서 상품 시장으로 매수세가 번지며 주목된다.

현물 가격은 장중 한때 온스당 3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은 관련 상장지수펀드 ETF도 급상승했으며, 일부 은 관련주 주가는 30% 가까이 뛰기도 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국회 의견 등을 청취해 공매도 재개 여부와 추가적인 제도 보완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허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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