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 신약 출시 및 기술 수출 빅딜 성사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초부터 신약출시 및 기술 수출 성과를 알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이어 신약개발과 기술 수출 소식을 알리는 가운데, 글로벌 문을 두드리며 K바이오의 힘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바이오 벤처 등과 기술공유·협업을 통해 신약개발에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신약물질을 넘어 플랫폼 기술을 수출 하는 등 제약 주권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초부터 신약탄생 및 기술수출 성과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GC녹십자랩셀과 미국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는 개발 중인 키메라항원수용체(CAR)-자연살해(NK) 세포 치료제 후보를 미국 MSD와 함께 3개의 고형암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티바는 지난 2019년 GC(녹십자홀딩스)와 GC녹십자랩셀이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법인이다. 이후 GC녹십자랩셀은 아티바에 NK 세포치료제와 관련한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GC녹십자랩셀은 이번 계약에 대해 특정 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하는 경우와 달리 원천 플랫폼 기술을 수출하고, 초기 단계부터 공동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총 18억6600만 달러(약 2조900억원)로 이 중 GC녹십자랩셀로 직접 유입되는 금액은 총 9억8175만 달러(약 1조980억원)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500만 달러(약 170억원), 단계별 성공에 따른 기술료인 마일스톤은 9억6675만  달러(약 1조800억원)다.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는 별개다.

이번 GC녹십자랩셀의 기술수출 규모는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의 퀀텀프로젝트(5조1845억원), 작년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전환 플랫폼 기술수출(4조677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앞서 유한양행이 지난 2018년 11월 항암신약 레이저티닙(제품명 렉라자)을 얀센바이오파마에 총액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하면서 체질개선의 성과를 냈다. 레이저티닙은 지난달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31호 국산식약)를 받아 올해 제약 업계 국산 신약 탄생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레이저티닙은 제약업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비임상 직전 단계였던 폐암치료제 후보물질을 도입한 뒤 임상을 진행, 얀센에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후보물질 발굴-기술 수출-제품 개발’ 3단계를 모두 국내에서 마친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지난 2005년 9월 허가받은 레바넥스(성분명:레바프라잔)에 이어 16년 만에 획득한 두 번째 국산신약이며, 우리나라에선 31번째 국산신약이다. 이는 2018년 7월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의 위식도 역류질환치료제 케이캡정의 30호 허가 이후 3년 만의 국산신약 탄생인 것이다.

 

해외 문 두드리는 토종신약

30호 국산 신약 케이캡정은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노엔은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산하 의약품평가센터(CDE)가 캐이캡정에 대한 허가 심사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중국 현지 파트너인 중국 제약사 뤄신이 지난 해 4월 임상 3상 시험을 마친 후 역류성식도염 신약으로 허가를 신청한 지 7개월 여 만이다. 이노엔은 지난 2015년 뤄신과 95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뤄신은 허가 심사 등 현지 절차를 거쳐 내년 1분기에 중국에 케이캡정을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의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은 약 3조원 규모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케이캡정은 현재까지 중국 외에도 기술수출 혹은 완제품 형태로 24개국에 진출했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에서도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판매 승인 권고를 받았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이 CHMP 권고일로부터 약 67일 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세노바메이트가 올해 2분기 내 시판 허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해 지난 2019년 11월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뇌전증 치료제(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다. 최근에는 일본에 최대 5788억원(계약금 545억 원, 상업화 달성 기술료 5243억 원 및 로열티)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를 거뒀다.

유럽에서는 파트너사인 안젤리니파마를 통해 '온투즈리(ONTOZRYTM)'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세노바메이트가 유럽 허가를 획득할 경우 SK바이오팜은 안젤리니파마로부터 최대 4억3000만달러의 단계별 마일스톤을 수령하게 된다. 판매가 본격화되면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로 받는다. 지난해 12월 기술수출 계약 국가가 32개국에서 41개국으로 확대되면서 수익 규모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이밖에 한미약품이 미국 스펙트럼과 아테넥스에 라이선스 아웃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와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오락솔 등 2개 신약은 올해 미국 FDA 시판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HER2 변이 비소세포암 치료제 포지오티닙도 FDA 시판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한미약품은 또한 세계 최초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치료 성분 4가지를 한 알에 담아낸 4제 복합신약 아모잘탄엑스큐도 출시했다.

아모잘탄엑스큐는 고혈압 치료성분인 암로디핀과 로사르탄, 이상지질혈증 치료성분인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성분을 한 알에 담아낸 전문의약품이다. 안정성 개선 특허와 용출 속도 최적화 특허 등 한미약품만의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제제 기술 노하우가 함축돼 있다.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이사(사장)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4제 복합신약 아모잘탄엑스큐는 한미약품만의 독창적 글로벌 제제기술이 함축된 의미 있는 제품”이라며 “의료진과 환자들을 위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한국 제약기업의 자존심을 지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연초 잇단 신약개발과 기술수출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며 “코로나19로 제약주권이 강조되고 정부는 제약바이오를 3대 주력육성산업으로 선정하고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올해 민관협력을 통한 지속 성장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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