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를 중계하는 와이어캠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해 K리그 미디어센터를 마련한 데 이어 올해도 축구 중계 혁신을 위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핵심은 K리그 중계 전문 채널의 출범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최근 KT와 K리그 중심 스포츠 전문 채널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연맹은 그동안 KT그룹과 스포츠 중계 채널 사업을 운영하는 합작회사 설립에 관해 협의해 왔다. 그 결과 KT의 그룹사이자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의 자회사 스카이라이프TV(skylifeTV)가 보유한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skySports)'를 분할하고, 연맹이 상응하는 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합작회사를 출범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 국내 프로스포츠에선 ‘최초’

연맹과 스카이라이프TV는 상호 협력 하에 채널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K리그 중계를 중심으로 하는 스포츠 전문 토탈 미디어를 지향할 계획이다. 스카이스포츠는 2019년 K리그2(2부) 중계방송을 시작으로 지난해와 올해에는 K리그1(1부) 중계방송사로서 K리그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연맹은 채널 운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K리그 경기 편성 확대와 중계방송 품질 향상, K리그 관련 영상 콘텐츠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K리그 중계 전문 채널의 출범은 의미가 남다르다. 해외에서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스포츠단체와 기업이 공동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2018년 미국 디스커버리와 손을 잡고 ‘골프TV’를 만들었다. 세계육상연맹(IAAF)은 2017년 영국 ITN프로덕션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주관 방송 및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권오갑(70) 연맹 총재는 "연맹과 KT, 스카이라이프TV가 참여하는 합작회사 설립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것이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K리그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구현모(57) KT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스포츠 중계 기술과 미디어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1200만 가입자 기반의 KT그룹 미디어 플랫폼 역량을 총동원해 현장의 열기를 안방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KT는 그룹 내 미디어 플랫폼 역량은 물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는 K리그 중계방송 제작을 지원한다. 아울러 축구 교육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등 참신한 포맷의 콘텐츠를 개발해 스카이스포츠 채널로 제공할 예정이다.

K리그 미디어센터의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콘텐츠 강화에 방점

연맹은 그동안 그려온 K리그 중계 혁신의 밑그림에 하나씩 색깔을 입히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10억 원을 투자해 K리그 미디어센터를 설립했다. 연맹이 주체가 되는 중계 방송 영상 송수신 시스템 구축과 일원화된 리그 영상 자료 관리를 위해서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당시 10억 원이라는 투자액은 사전에 시장 조사를 거쳐 합리적으로 설정된 액수다. 연맹에서는 예를 들어 당장 12억 원의 효과를 낸다는 등 가성비를 따지는 차원을 떠나 향후 꾸준히 지속될 중계권 협상과 영업 등에 있어서 기반을 만들어놓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디어센터는 일종의 소규모 K리그 방송국, 중계 센터와 같다. 제 기능을 다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연맹은 이달 들어 사무국의 조직개편을 실시하기도 했다. 기존 1국 8팀 체제에서 2본부 9팀 체제로 전환했다. 마케팅본부에 다소 힘을 실은 모양새다. 마케팅본부는 ▲전략사업팀 ▲콘텐츠제작팀 ▲방송사업팀 등 총 3개 팀으로 구성되는데, 조연상 사무총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권오갑(왼쪽)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와 구현모 KT 대표이사.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마케팅본부는 향후 연맹의 마케팅 자회사로 별도 법인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스폰서십, 중계권, 콘텐츠 개발 등 수익 창출에 방점을 찍는 개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맹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리그 운영을 담당하는 조직과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조직을 구분해 각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특히 신규 수익 창출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연맹의 행보는 결국 K리그 콘텐츠의 개발과 유통(중계), 홍보 강화와 궤를 같이 한다. 콘텐츠가 가장 큰 힘이라는 요즘 시대 트렌드에 맞게 연맹이 빠르게 진화해가고 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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