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 소식에 국내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이 9일 5000만원을 돌파했다./픽사베이 제공

[한스경제=김동호 기자]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 가격이 5000만원을 돌파했다. 불과 1년전 1000만원대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무서운 상승세다. 디지털자산, 암호화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온 가상자산 시장 내 시가총액 1위 코인인 비트코인은 단순히 '디지털 금'을 넘어 본격적인 가치저장 및 결제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9일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6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대비 3.12% 오른 506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17% 이상 급등세를 보이며 4907만원을 기록한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세를 불러온 장본인은 글로벌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다. 머스크 CEO는 앞서도 몇 차례 비트코인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8일(현지시간) 15억달러(1조 7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테스라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산 다각화와 현금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면서 “앞으로 자산의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더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테슬라는 향후 테슬라의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만약 테슬라가 비트코인으로 자사의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게 될 경우, 이는 가상자산을 사용해 자동차를 구입하는 세계 첫 사례가 된다. 앞서 스퀘어, 페이팔 같은 일부 결제사들이 디지털자산 결제를 수용하고 있지만, 제조업체 중에선 테슬라가 최초다.

시장에선 머스크의 이 같은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이다.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입 소식과 결제수단 채택 계획이 알려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것은 물론 테슬라 주가도 상승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거래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11.19달러(1.31%) 오른 863.42에 마감됐다. 테슬라 주가는 이틀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머스크의 평소 가상자산에 대한 우호적인 입장을 감안할 때 이번 비트코인 매수와 결제 도입 선언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머스크가 향후 비트코인은 물론 블록체인 기술 도입 등과 관련해 더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평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두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그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 자기소개란에 ‘비트코인’이라고 쓴 뒤 “돌이켜보면 그것은 불가피했다”라는 문구를 게재했다. 또한 최근엔 오디오 전용 소셜미디어(SNS)인 클럽하우스에 참여해 “현 시점에서 비트코인은 좋은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만났다"면서 "테슬라는 단순 투자목적으로 비트코인을 구매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테슬라는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과정에서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비트코인 활용을 염두했을 것"이라며 " 테슬라가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테슬라가 노드역할을 담당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이미 테슬라의 온보드 컴퓨터에서 비트코인 노드가 작동되는 영상이 공개된 바 있어, 이 같은 전망이 실제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운행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검증해 블록을 생성하고, 노드 운영을 통해 검증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한 연구원은 또한 "머스크는 테슬라 뿐 아니라 스타링크 사업을 진행하며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출을 선언했다"면서 "플랫폼을 연결해주는 결제시스템의 중추를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테슬라의 비트코인 매수 행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진단도 나온다. 테슬라의 자금상황이 나아진만큼 자산 다각화의 일환이라는 측면에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브라이언 브룩스(Brian Brooks) 전 미국 통화감독청장은 테슬라의 이번 비트코인 매입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의 기업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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