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왼쪽)-이다영 자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인기 고공행진을 펼치던 프로배구가 ‘학교폭력’ 파문에 휘청이고 있다. 단순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근 프로배구는 여자부 흥국생명의 간판선수 이재영ㆍ이다영(이상 25)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남자배구에서도 학교폭력이 불거져 배구 팬들의 공분을 샀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OK금융그룹 소속 선수에게 고교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는 송명근(28)과 심경섭(30)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OK금융그룹 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송명근, 심경섭 선수의 학교폭력과 관련되어 팬 여러분을 실망시켜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송명근 선수는 송림고등학교 재학시절 피해자와 부적절한 충돌이 있었고, 당시 이에 대한 수술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피해자와 직접 만나 재차 사과하려고 하였으나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사죄의 마음을 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사과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 않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의 또 다른 학교폭력(학폭) 피해 사실이 폭로됐고, 학교폭력 가해 선수들을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글까지 등장했다. 피해자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심경섭(왼쪽)과 송명근. /KOVO 제공

학교폭력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다. 학교폭력을 철없던 어린 시절의 일탈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는 시대는 지났다. 지난해 프로야구에선 NC 다이노스가 2021년 1차 지명 김유성(19)이 과거 학교폭력에 가담했다는 논란이 일자 지명을 철회했다.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은 안우진(22)이 고교시절 학교폭력을 가한 사실이 알려지자 5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내렸다. 아마야구를 이끄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안우진에게 3년 간 국가대표 자격정지 징계를 추가로 내리기도 했다.

가해자들의 소속팀과 한국배구연맹(KOVO)은 징계 수위를 고민 중이다. 흥국생명과 OK금융그룹 구단 모두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프로배구에서 학교폭력 이슈가 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들짝 놀란 다른 구단들도 학교폭력 전수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엄중한 사안이다.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 형식적인 징계는 배구 유망주들에게 ‘운동만 잘하면 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겨울철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던 프로배구는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가져야 리그의 품격이 높아지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프로스포츠가 된다. 솜방망이 처벌은 더욱 큰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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