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공업·건설업·물류업 등 업계 CEO 9인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 출석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GS건설, 쿠팡 등 제조업계과 건설업계, 물류업계의 CEO가 국회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산재 사고와 관련해 날선 질타를 받았다.

22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한영성 현대중공업 대표,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 대표 등 관련 업계 최고경영자(CEO) 9인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의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CEO 등 관계자가 증인으로 출석한 업체는 ▲포스코 ▲현대중공업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건설 ▲LG디스플레이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 9개 기업이다. 이 중 첫 번째 답변자로 나온 최정우 회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 취임 후 산재 사망자 늘어…“연이은 산재 죄송”

최종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CEO 중 첫 번째 답변자로 나선 최 회장에겐 의원들의 질타가 집중됐다. 청문회가 진행된 오전 발언권을 얻은 의원 대부분이 최 회장의 미숙한 안전경영 관리를 지적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첫 질의자로 나서 “최 회장 취임 후 19명이 죽었는데 취임 전인 2017년에는 사망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며 “재해보고서 분석해보니 기본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하청업체 수급도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포스코의 거듭된 산재의 원인이 무엇인지 질의했다.

최 회장은 이에 “포스코 제철소의 50년 넘은 노후 시설과 관리 감독자 노력 부족 등으로 판단한다”며 “더 깊은 관리를 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스코가 고용부의 감독을 앞두고 위험성평가 보고서 조작을 지시했다고 주장하며 최 회장을 압박했다.

노 의원은 포스코 자료를 통해 포스코가 사내 긴급 메일을 통해 협력사 직원 사망으로 인해 고용부에 제출해야하는 보고서를 수정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최 회장은 앞서 제출한 불출석사유서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최 회장은 청문회가 열리기 전 허리 관련 질병으로 인해 청문회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환노위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증인으로 출석하게 됐다.

임이자 국민의당 의원은 이에 대해 최 회장이 제출한 불참통보 진단서에 대해 “어이가 없었다”고 정색했다. 이어 “최근 3년간 포스코 산재사망현황을 보면 다양한 사고가 발생했고 회장님 취임 이후 난 사고들인데 느끼는 바 없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최 회장은 “생각이 짧았다”고 말했고, 임 의원은 “그게 회장님의 인성”이라며 다시 한 번 날을 세웠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작업자 실수 막기 어려워”…의원들 공분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가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는 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 대부분이 근로자의 실수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해 의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덕흠 무소속 의원 등은 한 대표에게 산재 사망사고의 원인에 대해 질문했다.

한 대표는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으로 인해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며 “불완전한 상태에 의한 산재는 안전 투자를 통해 바꿀 수 있지만 불안전한 행동은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의 산재 신청 건수가 2016년 297건에서 2020년 654건으로 크게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준이 바뀐 게 원인”이라며 “난청과 근골격계 같은 재해도 산재로 집계하다보니 갑자기 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답변은 산재에 대한 사측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해석한 의원들은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한 대표를 질책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초 이날 산업재해 현장에서 한 대표에게 질문할 생각은 없었지만 (한 대표의) 태도를 보고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며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이 있을 때 산재가 나타난다고 했는데 불안전 행동만으로 산재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장 의원은 2018년 용접 화재로 인한 사고, 2019년 LPG 탱크 경판 추락으로 인한 사망, 지난해 낙사 등 3가지 사고를 사례를 들어 “불안전한 행동뿐만 아니라 관리, 감시, 감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산재 사고가 나는 것인데, 모든 게 망가졌을 때 사고가 나는 것”이라며 “노동자의 불안전한 행동 때문에 사망한 사고가 뭐가 있냐”고 반문했다.

▲포스코·현대·GS 건설 3사, 현장 사망자 수 1~3위…“원청이 책임져야”

건설업계는 현장의 산재로 인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겠다 약속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우무현 GS건설 대표이사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부족한 안전장비 설치와 인색한 안전관리전문가 정규직 채용 등에 대한 질책을 받았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스코건설 10명, 현대건설 7명, GS건설 4명 등 이 자리에 나온 건설 3사가 최근 발생한 사망자 수 1~3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민이 건설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철민 의원은 3사의 안전관리전문가 정규직 채용 비율이 36% 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전관리비 항목에서 인건비를 지출할 수 있게 돼 있어 안전관리비의 30% 이상이 인건비로 사용되고 있다”며 “산업재해 예방과 노동자들의 안전에 쓰여야 할 안전 투자 금액이 형식적 인력의 인건비로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의원들의 질책에 우무현 GS건설 대표는 “현장의 안전을 희생시키면 모든 경영성과가 제로가 된다”며 “중대재해법도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건설사들 역시 안전에 대한 스탠스가 바뀌고 있어 개선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는 “재해 발생업체에 대해서 입찰 제한과 등록취소까지 조처하고 있다”며 “이행실태 점건 정기적으로 연 4회 실시하며, 전 협력사 대상 대표와 임원까지 안전교육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안호영 의원은 “원청의 피해를 하청에 떠넘기면 안된다”며 “원청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산재처리 전까지 과로사 인정 안해”

물류업계도 산재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할 정도로 성장한 것과 달리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의문”이라며 “쿠팡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는 2017년 58명에서 지난해 224명으로 늘었다”며 경북 칠곡물류센터 근무 후 숨진 고(故) 장덕준씨의 사례를 들었다.

장씨는 숨지기 전 마지막 일주일간 62시간을 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쿠팡은 장씨가 산재처리 되기 전까지 장씨가 주당 44시간 근무했고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며 과로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임 의원은 “쿠팡은 장덕준씨가 사망했을 당시 산재 인정을 거부했고, 산재로 인정되고 나서야 사과했다”며 “당시 유족 측이 산재를 인정받기 위한 서류 4가지를 요구했지만 쿠팡은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산재 인정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 대표는 “직원들이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적을 받은 만큼 상황을 개선토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역시 중대재해 책임에 대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 초 918명이던 산업재해 사망자가 4년간 8.5% 줄어드는데 그쳤다”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산재가 줄어들 것이라는 장비및 전망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대표로 출석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그동안 산재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지만 작년의 경우도 대형 폭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더 이상 감축하기 힘들었다”며 “중대재해법 이후 올해 새로운 정기를 마련했고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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