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권주자' 주변으로 헤쳐모여…勢 확장 보폭 넓히는 이재명·이낙연·정세균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4월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선명성이 돋보이는 정책을 무기로 당내 의원들과 접촉면을 늘려가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지율 전환점이 될 보궐선거에 집중하면서 외연확장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연일 강한 발언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조직 구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정책 아젠다를 내세워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장기 저리형 대출인 '기본 대출'과 무주택자가 30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장기 임대형 '기본 주택' 등도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포퓰리즘' 논쟁은 야권 뿐 아니라 여권까지 번진 상황이다.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총리에 이어 '제3후보'로 거론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친노·친문' 적통으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이 지사 공약 비판에 가세했다.

이 지사는 당내 기반이 최대 약점으로 꼽혔지만 최근 여의도에서 정책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의원들과 스킨십에도 적극적이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식사 자리 등 사석에서는 이낙연 대표보다 이 지사가 '말이 더 잘통했다'는 뒷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이 지사가 의원들과 대화에서 친밀감을 심어주려 노력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지사가 3일 국회의사당 맞은편 한 호텔에서 개최한 '기본주택 법제화' 정책협의회에는 여당 국회의원 30여명이 참석해 이 지사의 위상을 실감케했다. 일부 '친문' 의원들 사이에선 "세(勢) 과시"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지율 상승세를 의식했는지 최근 이 지사의 발언에서도 여유가 느껴진다. 이 지사는 3일 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이 늘어난 것에 대해 "국가를 위해서도, 저를 위해서도 충언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고 몸을 낮췄다. 이 지사가 그간 정책 논쟁이 있을 때마다 직설 화법으로 적극 반박했던 모습을 떠올리면 지지율 1위 대선주자의 전략적 대응으로 봐야한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낙연 대표는 4월 보궐선거에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내 일각에선 서울과 부산에서 모두 승리하면 지지율 반등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과 부산 중 한 곳만 승리해도 대선 완주의 최소 조건은 충족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모두 패배할 경우 대권 뿐 아니라 향후 정치행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말 그대로 '마지막 승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 대표도 보궐선거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난항으로 3파전이 될 조짐이 보이는 점과 가덕도신공항특별법 통과 후 부산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여론조사 결과 등은 긍정적이다.

신년초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언급해 흔들렸던 호남 지지율도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대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으로 정계에 입문하고 전남도지사를 지내는 등 광주·전남 정치권에서 강한 지지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이 대표가 앞으로 뚜렷한 지지율 상승세를 타지 못할 경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지사에 맞서기 위해 정세균 총리(전북 진안)와 '호남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최근엔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으로 외연 확장에 나선 모양새다. 앞서 당대표 취임 직후 부산 사하구갑에 지역구를 둔 최인호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임명한데 이어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직접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등 PK민심 확보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비교적 중도 이미지로 비춰져 이념 측면에서 확장성을 갖춘 이 대표가 지역 기반까지 넓힌다면 큰 시너지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와 맞물려 여야 후보별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 국회 통과로 새 국면을 맞은 분위기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어제 (3일) 부산에 직접 가보니 (보궐선거 관련 민주당 관계자들이) 고무돼있어 놀랐다"며 "가덕도신공항이 부산시민들 사이에서 예상보다 파급력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가 부산을 방문한 3일은 민주당이 부산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대회를 가덕도에서 개최한 날이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사람이 시장이 돼야 가덕신공항을 성공적으로 출발시킬 수 있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그 판단이 맞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세균 총리는 '코로나 방역'에 집중하면서 주요 현안 마다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직 총리라는 특성상 이 지사나 이 대표에 비해 대권 관련 언급되는 횟수는 적지만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나올 때 마다 가장 단호한 스탠스를 취하며 지지세력을 취합하고 있다.

이날 사퇴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개적으로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에 반기를 들자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여권 인사도 정 총리다. "정치를 하려면 사퇴 후에 해야 한다", "대통령께 검찰총장 거취 문제를 건의할 수도 있다" 등 발언이 모두 정 총리의 입에서 나왔다. 여권 일각에선 대응을 자제하려는 당과 청와대를 대신해 정 총리가 '총대를 멨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정 총리가 보궐선거가 끝난 뒤 총리직을 사퇴하고 본격 대권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총리직) 후임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 총리와 가까운 인사로부터 내달 중순 전후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부겸 전 민주당 의원이 차기 총리로 거론됐으나 본인이 거절했다는 전언이다. 김 전 의원이 대선출마를 고려해 사양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엔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의 대권행보 본격화 조짐은 조직구성에 공을 들이는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 총리의 최측근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 등은 정 총리 팬클럽인 '우정특공대'를 띄우는 등 세확장에 나섰다. 정 총리가 명예고문으로 있는 '국민시대'는 그간 사회단체로 명맥을 이어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전북 진안 출신의 정 총리는 호남 내에서도 전북 지지세가 강하다는 평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 총리가 '친정세균'계 확장에 나선 것은 최근 변화된 당내 계파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과거엔 큰 틀에서 '친문'과 '비문'으로 구분한 정도였지만, 이제는 '친이재명', '친이낙연', '친정세균' 등 대권주자 파벌로 분류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권주자 파벌 외에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정도가 눈에 띄지만 그들 마저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권주자 파벌에 각각 포함돼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유력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계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이 지사는 '친 이재명'계로 꼽히는 정성호·김영진·임종성·김한정·김병욱·이규민·김남국 의원 등을 중심으로 세 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 총선에 불출마한 이종걸·유승희·제윤경 전 의원도 '친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이 지사가 3일 개최한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김상희·조정식·안민석·김경협·윤후덕·김영진·소병훈·송옥주·박정·백혜련·정축숙 의원 등도 당장 '친이재명'계로 보긴 어렵지만 향후 합류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이 대표는 당내 주류인 '친문'계 지지를 완전히 끌어안진 못했지만 이 지사에 비해선 앞선다는 평가다. 아울러 호남·동교동과 관련된 인사들이 '친 이낙연'계의 핵심이다. 설훈·이개호 의원이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당대표 취임 후 중책을 맡긴 오영훈(비서실장)·박광온(사무총장)·최인호(수석대변인)·한정애(정책위의장)·홍익표(민주연구원장) 의원 등도 '친이낙연'계로 분류된다. 이밖에 총리 시절 연을 맺은 청와대 출신의 한병도·고민정·윤건영·윤영찬 의원 등도 이 대표와 가깝다.

'친 정세균'계는 '친문'을 제외하면 오랜 시간 핵심 세력을 유지해 온 계파다.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 등 전북 인사를 비롯해 김진표·박병석·김영주·안규백·안호영·김수흥·윤준병·김교흥 의원 등이 '친정세균'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원혜영·백재현 전 의원 등도 '친정세균'계로 분류된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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