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이 14일(한국시각) 끝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에서 2이닝 무실점 호투했다. /AFP=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신무기 커브!’
 
2021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도전에 나선 '대투수' 양현종(31·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커브 완벽 장착’이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시범경기 시범경기 두 번째 등판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을 쏟아내며 빅리그 개막전 로스트 진입 가능성과 과제를 동시에 발견한 양현종이다. 
 
양현종은 14일(이하 한국 시각) 아메리칸 패밀리 필즈 오브 피닉스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캑터스리그 원정 경기에서 5회 팀의 세 번재 투수로 등판했다. 2이닝을 소화하며 모두 20개의 공을 뿌렸다. 빼어난 피칭으로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8일 LA 다저스 1실점의 아쉬움을 씻고 시범경기 평균 자책점 3.00을 마크했다. 
 
이날 피칭은 메이저리그 실전을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 아비자일 가르시아 등 일부 주전급 선수들도 상대했다. 6회에는 연속 삼진으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일 마지막 투수로 투구판을 밟아 신인급 선수들과 대결한 다저스전과 비교해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엿새 만에 등판한 양현종은 안정된 투구로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커브다. 이날 딜런 코젠스 등 타자 승부처에서 커브를 결정구로 자주 사용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빅리그 도전장을 내밀었던 그가 ‘커브’라는 신무기로 장착해 재미를 봤다. 커브가 빅리그 진출의 최종병기가 된 셈이다.
 
존 다니엘스 레인저스 사장은 앞선 인터뷰에서 "우리 분석에 따르면 양현종의 커브는 아주 좋은 구종이다. 빅리그에서 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양현종 역시 커브에 주목할 뜻을 밝혔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커브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던져야 할 것 같다"면서 "한국보다 힘 있는 타자들이 많기에 구속에 변화를 줘가며 한 구종만 노리지 않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커브 구사 빈도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브의 구사 비율을 높인 양현종이 새로운 구종과 함께 빅리그 로스터 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주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양현종은 "포수나 전력분석원들도 커브가 나쁘지 않다고 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더 좋은 커브, 더 좋은 변화구를 던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커브는 타자들이 노리지 않는 공이었기에 카운트 잡을 때 주로 던졌다"면서 "여기서는 카운트 잡는 공으로 던지다가 장타를 허용할 수 있어 구속 조절도 해야 하고 컨트롤도 낮게 해야 한다. 많이 집중해야 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양현종은 KBO리그 시절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썼다. 커브는 카운트를 잡는 공으로 간간이 섞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다른 패턴이 필요하다. 빅리그 타자들을 압도할 만큼 위력적인 구위를 갖고 있지는 않다. 대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뒷받침할 느린 변화구가 필요하다. 커브가 주목 받는 이유다.
 
시범경기 초반 커브 사용이 꽤 괜찮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는 KBO리그 공인구와 비교해 실밥이 넣고 표면이 미끄럽다. 실밥이 손에 걸리는 감각을 익혀야 제대로 된 커브 제구가 가능하다. 시범경기에서 커브를 더 많이 구사하며 완벽한 결정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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