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카카오' 불참...SKT, 11번가 경쟁력 확보 입찰참여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사모펀드 등도 참여
단순 예비입찰...기업 실사를 위한 시도라는 분석도

 

이베이코리아가 전개하는 지마켓과 옥션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 레이스가 시작됐다. 국내 대기업부터 사모펀드, IT업체 등이 대거 입찰에 참여했지만 정작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카카오가 발을 빼면서 이베이의 ‘주인 찾기’ 프로젝트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가 진행하는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이 마감됐다. 예비입찰에는 대기업인 롯데·신세계(이마트)와 국내 최대 사모펀드이자 홈플러스를 소유한 MBK파트너스, 동남아 기반 구매 플랫폼 큐텐(Qoo10) 등이 참여했다. 11번가를 계열사로 전개하는 SKT도 인수전에 발을 들이며 총 7~8개 기업이 의사를 드러냈다. 
 
다만 이번 예비 입찰과정에 카카오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당초 카카오는 이베이코리아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꼽혀왔다. 인수합병 시 카카오커머스 부문 사업증대는 물론이거니와 자회사 잠재력도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가령 G마켓과 옥션 등에서 카카오페이 접목을 확대해 페이 점유율을 늘리거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협업으로 미디어커머스 확대 등의 효과다.
 
카카오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오픈마켓 중심인 이베이코리아 자체가 선물하기, 메이커스 등 SNS를 기반으로 한 개인화 성격이 짙은 카카오커머스와 성격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이들은 공동주문방식(톡딜) 도입해 주문을 받고 할당량만큼만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을 활발하게 전개한다. 아울러 무엇보다 인수금액이 4~5조원이라는 측면에서 카카오가 큰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입찰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11번가 제공

이러한 배경 속 SKT이 예비입찰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신흥 유력후보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SKT이 이베이코리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당연히 11번가 경쟁력 확보다. 지난 2008년부터 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11번가는 업계 형님 격으로 불린다. 그러나 이 같은 업력에도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5456억원 수준에 그치며 성장성이 더딘 축에 속한다. 
 
G마켓과 옥션 등을 전개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이베이 글로벌 법인 중 매출 3위 규모로 연간 국내  거래액이 20조원에 달한다. 이들은 쿠팡 등 이커머스 업계가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16년 동안 흑자 기조를 유지해 온 유일한 업체다. SKT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11번가는 네이버, 쿠팡과 함께 단숨에 점유율 Top3로 올라선다.
 
SKT가 11번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방면에 손을 뻗고 있다는 점도 합리적 유추가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SKT는 지난해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는 아마존과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아마존이 11번가의 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는 원리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예비입찰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롯데와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매각과 관련해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한 사실을 인정했다.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해당 두 기업은 각각 롯데온과 SSG닷컴(신세계-이마트) 등을 전개하고 있지만, 온라인 시장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온라인 파급력을 단숨에 확대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온오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등 업황 위기를 탈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입찰이 ‘예비’ 과정일 뿐 본입찰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판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예비입찰이 기업 실사 등을 거쳐 투자 적정성과 향후 사업 효과를 따져보기 위한 단순 과정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이 본입찰에 깜짝 등장할 수 있고, 입찰이 진행된 이후에도 우선협상 과정에서 인수 금액 등을 이유로 삐뚤어질 수도 있는 만큼 ‘새주인찾기’ 레이스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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